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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공공재는 상품인가?… 민영화의 민낯
이광호의 ‘착한 민영화는 없다’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9. 05.03. 00:00:00
2008년에도 촛불이 있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려던 미국산 광우병 소고기 수입만이 아니라 의료 민영화에 반대하는 대규모 촛불 시위였다. 이 일로 의료 민영화는 수면 아래 가라앉는 듯 했지만 최근 제주사회에서 녹지국제병원 이슈가 터졌다. 얼마 전 녹지 측이 병원사업을 철회하겠다고 밝혔지만 의료 민영화 논란이 언제 또 다시 고개를 들지 모른다. 의료를 산업 논리로 보고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광호의 '착한 민영화는 없다'는 국내외 민영화 현황과 그를 둘러싼 논쟁을 펼쳐놓고 있다. 미국의 의료제도와 영국 철도에서 KT 민영화까지 다다르며 '누가 독이 든 사과를 권하는가'를 묻는다.

저자는 산소가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듯 현대사회를 지탱하고 운영하려면 필수적인 기본 재화가 있다고 말한다. 물, 의료, 교육, 전기, 땅과 주택, 전기, 통신 등이 그렇다. 민영화 논쟁은 그같은 공공재를 누가 공급할 것인지에 방점이 찍힌다.

민영화를 찬성하는 이들은 민영화가 경쟁을 촉진해 서비스 개선과 가격 인하를 가져올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여기에 의문을 품는다. 앞서 민영화 정책을 시행한 외국 사례를 보면 물, 전기 등 인간 삶에 필수적인 공공재를 주무르는 기업들에게 '국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공적 가치를 찾아볼 수 없었던 탓이다.

이 책은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지만 모든 기업이 공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외치진 않는다. 민간 사기업은 활발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혁신하고 소비자에게 값싸고 좋은 상품을 공급해줄 수 있다. 그와 달리 물, 전기, 에너지 같은 공공재와 국방, 치안, 의료 등은 공공성 강화가 요구된다. 이 부분까지 민간 사기업이 진입해 사적 이윤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기업을 만드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게 그가 주장하는 요지다.

책은 10대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쓰여졌다. 민영화가 계속 추진될 경우 바로 그 세대들이 폐해를 고스란히 겪을 수 있어서다. 내일을여는책. 1만5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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