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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우의 한라칼럼]폭염과 한일전을 이기려면
김도영 수습 기자 doyoung@ihalla.com
입력 : 2019. 08.13. 00:00:00
매일 폭염과 가마솥이라는 짜증 섞인 푸념을 하며 여름 태양을 맞이한다. 언제부턴가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더니 여유로운 마음이 사라지는 것만큼이나 소갈머리가 없어지기 시작하면서 민둥산처럼 변해가고 있다. 자연히 머리에서 솟아나는 땀방울을 가두지 못한다. 최근엔 주변머리도 점점 빠져 이마에 머리띠를 질끈 졸라매야 줄줄 눈으로 들어오는 땀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으니 세월이 흐르는 것을 새삼 느낀다.

굽은 허리를 펴려고 일어서서 파란 하늘을 보면 흰 구름 위에 그보다 짙은 구름 몇 조각이 떠가면서 갖가지 형상을 하고 한가로이 떠다닌다. 태양은 어제도, 그제도, 인류가 이 지구상에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해오던 일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하얗게 열기를 발하고 있다.

아름다운 우리 푸른 지구별이 붉은 별로 변한지 오래다. 인간이 땅을 파헤치고, 자동차와 공장과 에어컨에서 뿜어내는 이산화탄소와 산더미처럼 배출하는 쓰레기로 지구의 뼈인 산과, 들숨과 날숨으로 호흡하는 바다는 자정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기후변화는 인류가 자초한 일이고, 기후와 농사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기에 안타까운 마음만 들 뿐이다.

최근 농사를 짓는 사람을 더 열 받게 하는 것은 이웃이라는 일본이 하는 짓거리다. 한국과 일본, 제주와 일본과의 관계는 같은 선상에 있지만 약간의 특별함도 있다. 일제강점기에 강제로 끌려가거나 스스로 갔거나, 4·3의 와중에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건너갔다. 일본에 도착한 제주사람들은 일본인들의 괄시를 받아가면서 허드렛일을 하고, 시장 노점에서 콩나물을 팔아가면서 어렵사리 모은 돈을 어렵고 우리가 못살던 시절 고향으로 보냈다. 그 돈으로 전기를 끌어와 불을 밝히고, 수도를 시설하고 마을 안길을 포장했다. 그래서 재일동포 어른들을 고마워했다.

허나 과거의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일본 아베정권과 그 추종자들은 잘못된 역사와 인권인식을 고치려 하지 않고 경제침략을 하면서 한일관계를 빙하시대로 돌리고 있다. 평범한 일본인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재일동포 후손들까지 불행의 늪으로 몰아넣으려고 하고 있다. 유치한 싸움을 걸어온 일본 위정자들을 보면서 분노와 불안이 섞인 눈으로 미래를 근심하고 있다. 이 걱정은 우리만이 아니라 양심을 가진 일본 시민사회도 자각해서 촛불을 들고 나와 아베정권을 비난하는 집회가 열리는 것이 반증이 아닐까.

치사한 아베는 그렇다고 해도 양비론으로 일본과 타협을 주장하는 한국의 지식인들, 꼰대처럼 패배주의에 젖은 정치인들, 일본의 우익과 같은 논리로 국민들의 불안을 부채질하는 언론들, 조국을 빼앗겼던 시절 나라보다 자신의 영달을 쫓아가던 친일매국노로 비춰지는 것은 뭘까.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실도 엄연한 역사다. 먼 나라 이국땅에서 풍찬노숙하면서 독립을 위해 이름 없이 사라져간 선배들에 비하면 이젠 우리에게 조국이 있다. 약간은 힘들겠지만 두려워만 할 필요도 없다. 우린 아베와 그 조무래기들을 미워할 뿐이다. 냉정함을 유지하면서 선량한 일본인들과 함께 해야 한다. 그래야 폭염도 일본도 이길 수 있다. <송창우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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