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희의 '마을-제주'(2019). 허윤희·홍보람 작가 2인전 16일부터 아트스페이스씨 자연 교과서 삼아온 공통점 나무 태워 만든 목탄 주재료 수행하듯 뭇 생명들과 교감 그 둘이 처음 만난 건 2008년 쯤이다. 홍보람 작가가 서울 사루비아다방에서 열린 허윤희 작가의 개인전을 찾은 일이 계기였다. 10살 정도 나이 차가 있고 각기 다른 시·공간을 살아왔지만 서로 닮은 주제를 붙들고 작업해온 두 사람은 금세 통했다. 10년 넘은 인연을 이어오며 멀리서 서로를 응원해왔을 그들이 제주에서 전시를 갖는다. 제주시 중앙로 아트스페이스씨(대표 안혜경)에서 2인전을 기획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깊이 공감하여 뜻을 같이하다'란 의미를 지닌 '공명하다'. 난개발로 이 땅과 바다의 얼굴이 예전같지 않은 현실에서 뭇 생명들의 처지를 나누고 일상에 생태적 감수성이 더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붙여졌다. 두 작가는 자연을 교과서 삼아 공명해온 이들이다. 허윤희 작가는 인간 문명의 파괴적 한계를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 공존해야 한다'는 자연 순환의 세계로 끌어들여 표현해왔다. 홍보람 작가는 자연물이 가진 기본적 형태와 그것의 에너지에 주목해 그 속에 담긴 생명력과 맞물리며 씨실과 날실로 엮인 우리들 존재의 순간을 담아낸다. 독일 브레멘예술대학교 마이스터슐러 과정을 졸업한 허윤희 작가는 '빛나는 배추' 등 종이에 목탄 작업을 주로 선보인다. 기다란 나무 막대 끝에 목탄을 이어붙여 철근 지지대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수행하듯 펼쳤던 대형 드로잉 퍼포먼스 영상도 보여준다. 그에게 나무를 태워 만든 목탄은 자연의 생명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재료다. 목탄으로 그린 그림은 쉽게 지워지고 사라지는데 그같은 성질은 씨앗, 꽃, 새, 손과 발 등을 통해 지금, 여기에 집중하도록 이끈다. 특히 이 전시에서 그는 근작인 '마을-제주'를 내놓는다. 대학 1학년 때 처음 한라산에 올라 본 백록담 물에서 천상의 세계를 떠올렸다는 작가는 옹기종기 마을 안에 동백꽃 피어난 제주라는 커다란 배 너머에 높다랗게 솟아난 건물을 배치해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란 질문을 던진다. 지난해 출간된 허 작가의 '나뭇잎 일기' 원화 디지털프린트 액자, 엽서, 에코백은 크리스마스 선물용 아트상품으로 판매한다. 홍보람의 '존재하기 1' (2019). 홍 작가의 '존재하기'나 '존재하기 작은' 연작에 등장하는 수많은 선들은 삶의 무늬다. 선 하나가 그어질 때마다 어떤 이의 일상이 흐른다. 다공질 현무암처럼 군데군데 드러나는 구멍 역시 다른 존재와 연결되는 통로이거나 생의 숨통이다. 얇디얇은 트레이싱 페이퍼를 이용한 약 2m 높이 설치 '존재하기'처럼 개개인은 연약하나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 크나큰 힘이 생긴다. 전시는 이달 16일부터 29일까지 갤러리 3층과 지하에서 진행된다. 관람 가능 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작가와의 대화 등 개막 행사는 첫날 오후 6시30분. 문의 064)745-3693. 진선희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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