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초, 무관중으로 치러진 제56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은 언제나 그랬듯 영화와 TV를 통합한 대중문화예술의 축제였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거리를 멀찍이 띄워 앉은 참석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기된 표정으로 서로를 축하하고 독려하는 모습이었다. 다양한 장르의 화제작들이 쏟아진 지난 1년을 입증이라도 하듯 후보자들은 전원 출석에 가까운 참석율을 보였고 뜨거운 포옹 만큼이나 애정 어린 눈빛이 화면 너머 시청자들에게도 느껴지는 꼭 필요한 자리였다. 또한 이번 시상식은 독립영화를 주무대로 활약해오던 배우들이 그 진가를 인정받고 박수 받는 자리이기도 했다. 영화 부문 신인상을 '기생충'의 박명훈과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강말금 배우가 수상했고 두 배우는 다양한 단편 영화와 독립 영화에서 수 년간 스스로의 색깔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온 보석같은 배우들이었다. 영화 부문 신인 감독상과 감독상은 각각 '82년생 김지영'의 김도영 감독과 '벌새'의 김보라 감독이 수상했다. 김도영 감독은 배우 출신으로 연출 데뷔작인 독립단편영화 '자유연기'를 통해 독립 영화계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른 감독이었다. 아이를 낳고 경력이 단절된 한 여성 배우의 오디션 현장을 뭉클하게 담아낸 '자유연기'의 주인공은 바로 신인 여자배우상을 수상한 강말금 배우였다. 데뷔작으로 신인 감독상이 아닌 무려 감독상의 주인공이 되며 이번 시상식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된 '벌새'의 김보라 감독. 성수대교가 붕괴되는 끔찍한 사고가 일어났던 1994년을 극의 배경으로 중학생 은희의 당연하지 만은 않은 성장통을 꼼꼼하고 강렬하게 그려낸 데뷔작 '벌새'를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호평을 받았다. 김보라 감독은 '화차'로 감독상을 수상한 변영주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백상 감독상의 트로피를 가져가며 최근 영화계에도 거세게 부는 여풍을 실감케 했다. '벌새'의 영지 선생님 역할을 통해 인상적인 연기와 개성을 선보인 배우 김새벽은 여우 조연상을 수상했다. 김경묵 감독의 '줄탁동시'로 데뷔해 '한여름의 판타지아', '걷기왕', '초행', '그 후', '풀잎들', '항거' 등 다양한 독립 영화를 거치며 독립영화계의 스타로 발돋움한 배우 김새벽은 지난 해부터 영화제 여우조연상을 휩쓸었던 '기생충'의 배우 이정은을 제치고 백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연기가 어려워서 밉지만 나는 연기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이 연기를 오래오래 잘 하고 싶다'는 인상적인 수상 소감을 남긴 배우 김새벽은 차기작인 변성현 감독의 '킹 메이커'를 통해 특유의 개성을 상업영화에서는 과연 어떻게 녹여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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