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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의 제주문화사전] (18)송악산 (하)
경치·화산체로 세계 최고 유산… 강제노동의 현장 남아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07.13. 00:00:00
옛지도에 그려진 송악산 화산 분출
현지선 분화구 '암메창'이라 불러

해안 절벽 갱도 드라마 대장금 촬영

#송악산의 풍수

대정현 동문에 위리안치되었던 유배인 동계(桐溪) 정온(鄭蘊,1569∼1641)은 대정현의 풍수지리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풍수지리란 정해진 땅에서 물의 흐름과 바람의 작용을 봄으로써 지세(地勢)와 형기(形氣)의 작용을 미리 읽고 택지의 길흉을 파악하는 지술(地術)이라고 할 수 있다. 동계는 대정현의 형세를 "한라산(漢拏山) 한 줄기가 남쪽으로 100여 리를 뻗어가서 둘로 나뉘어 동서의 양 산록이 되었는데, 동쪽에는 산방악(山方岳;산방산)과 파고미악(破古未岳:단산)이 있고, 서쪽에는 가시악(加時岳)과 모슬포악(毛瑟浦岳:모슬봉)이 있다. 곧장 남쪽으로 가서 바다에 이르면 송악산(松岳山), 가파도(加波島), 마라도(磨羅島)가 늘어서 있는데 모두 우뚝 솟아 매우 기이한 형상을 하고 있다. 파고(破古)가 용의 형상이라면 가시(加時)는 호랑이 형상이다."고 했다. 지역사람들은 모슬봉을 옥녀탄금형(玉女彈琴形)이라고 하여 마치 선녀가 거문고를 타고 있는 형국이라고 한다.

여저기골에서 본 서용식이.

또 그 남쪽에 위치한 저별봉(貯別峰:송악산)은 문장을 능숙하게 지을 수 있어 귀하지만 부자는 나오지 않는 땅(文章做筆形 貴而無富之地)이라 해석하는 경우도 있고(한국지명유래집, 2010), 혹은, 한라산에서 발원한 지맥이 송악산을 통해 바다로 떨어져 가파도, 마라도까지 잇는 송악산을 "마치 두 신선이 밝은 달을 바라보는 형국인 쌍선망월형(雙仙望月形), 또는 신선이 책을 보고 있는 형국(仙人讀書形)이라는 것이다(신영대, 2009). 사실 풍수란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염원이 땅에 투영된 형태론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지형을 상상력에 의해 비슷한 형상을 만들어 거기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길지(吉地)가 되고 출세와 명예,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하는 것이다.

송악산 분하구 동북쪽 소나무 숲.

#송악산의 지명

▷송악(松岳):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솔오름인데 옛날에 소나무가 무성해서 송악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지금도 주봉(主峯) 동북쪽으로 해풍에 구부러진 소나무 숲이 그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여저기골(女妓洞): 송악산 동쪽 절벽이 튀어나오면서 골이 파인 곳 위 평지에는 100여 인이 앉을 수 있는 장소가 있다. 지형이 높아 파도가 동굴을 흔드는 모습이 잘 보이고 산방산, 용머리, 형제섬 등 주변 절경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옛 선비들이 즐겨 찾던 명당이었다. 하루는 그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놀 때 도승(道勝)이라는 기생이 흥에 겨운 나머지 그만 발을 헛디뎌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었는데 그 곳이 기생이 죽은 곳이라고 하여 '여저기골'이라 했으며, 죽은 기생의 맺힌 한 때문에 그곳의 파도 소리는 언제나 슬픈 소리로 목메어 우는 것 같다고 한다.

▷말잡은 목: 송악산은 말을 놓아 기르기 좋은 곳으로 지역 사람들이 돌담으로 얕은 울타리를 만들어 방목을 했던 곳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말이 뛰쳐나오는 일이 있었고, 그 말을 그냥 두면 말이 절벽 아래로 떨어질까봐 말을 쫓아가 그 목에 이르러 심었다(잡았다)고 한 데서 유래했다. 또한 이 말잡은 목 옆으로 기정(절벽)을 타고 해안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는데 기정이 무너지면서 지금은 폐쇄됐다. 예전에는 마을 사람들이 그곳으로 내려가 서용식이에서 톳을 해서 남자들이 등에 지고 그 절벽을 올랐다고 한다. 지금은 물이 오염되다 보니 톳이 줄어들었고, 길도 끊겨서 출입이 금지되고 말았다.

▷동용식이와 서용식이: 용식이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지만, 절울이 해안에서 가장 파도가 센 곳에 있는 두 개의 해식동굴을 말한다. 위치에 따라 동·서용식이라고 부르는데, 특히 서용식이 해식동굴 앞에는 물때에 따라 너른 여(礖)가 드러나고, 그 여에는 톳이 많이 자랐다고 한다. 약 30년 전 만 해도 거기서 톳을 생산했는데 산이수동 사람들은 부부를 포함 약 4~50명이 함께 일을 했다고 한다.

▷부시리덕: 동용식이 너머 돌출된 남쪽 해안 여인데 방어의 일종인 부시리가 많이 잡히는 엉덕이라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도 그곳은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다.

▷용신단(龍神壇): 여저기골 평지에 설치한 기우제단으로 지금은 제주석으로 만든 석단이 놓여있다. 옛날 대정현 설치 당시 가뭄이 들자 이 용신단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제단의 방향은 형제섬과 마라도 사이 남동향인데 하늘을 우러러 기우제를 지내게 되면 금세 줄기차게 비가 내렸다고 한다.

▷암메창: 암메창은 송악산 정상에 둥그렇게 파인 분화구를 말한다. 사람들은 가메(가마)를 닮았다고 하여 가메창이라고도 한다. 암메창은 송악산 분화구가 어둡고 깊은 바닥인데서 붙여진 이름으로 둘레는 약 600m, 창까지의 깊이는 69m이다. 옛 지도에는 큰못(大池)이라고 표시됐으며, 주위가 100보 또는, 120보라고 표시돼 있다.

제주목성지도에 그려진 동서 용식이 동굴.

#조선시대 지도 속 송악산

1703년 제작된 '탐라순력도'에는 송악산의 봉수를 저성망(貯星望)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1700년대 그려진 '전라남북여지도 중 제주지도'에도 저성망, 1700년도에 제작된 '제주지도'에 저성봉(貯星烽), 1872년 그려진 '대정군지도'에는 저별봉(貯別烽)이라고 표기하여, 별(別)을 별 성(星)으로 표기하거나 봉수를 망(望)이나 봉(烽)으로 붉은 불꽃을 달고 표기하고 있다. 1790년으로 추정되는 '해동제국지도 중 제주지도'에는 송악산을 효성산(曉星山)이라 표기하고 있다. 또한 1700년대에 제작된 '탐라전도'에는 송악산이 화산 분출하고 있는 모습을 붉은 색의 불꽃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당시에 고려시대에 분화한 산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 분화구인 암메창 주위가 백이십보라고 넓이를 적고 있다. 18세기로 추정되는 '제주목성지도(濟州牧城地圖)'에는 송악산 절벽에 해식동굴인 동·서 용식이를 동·서문석(東西門石)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동굴을 문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탐라전도에 송악산이 화산분화로 표현돼 있다.

#송악산 복합화산체

제주도 화산학을 연구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곳이 송악산이다. 송악산은 지금으로부터 4000년 전쯤인 신석기 후기에 바닷속에서 폭발해 만들어진 작은 화산체이다. 이 화산으로부터 수성화산의 전 세계적인 모델이 되고 있으며 사람 발자국, 새 발자국을 비롯한 다양한 화석들이 화산재에 묻힌 채 발견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제주도 선사시대에 속하는 화석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더해진다(강순석, 2010). 암메창은 폭발성 분화에 의해 만들어진 거대한 분화구로 "붉은 색의 송이들이 쌓여있으며, 송이는 구멍이 많고 가벼운 것이 특징인데 이는 마그마가 지표의 얕은 곳에서 잠깐 멈출 때 공기와 섞이면서 뻥튀기한 것처럼 부풀어 오른 형태로 분출했기 때문이다. 이때 공기 중에서 갑자기 나온 용암 안의 철이 높은 온도에서 산소나 수증기와 산화반응을 일으켜 붉은 색을 띠게 된 것이다. 이 분화구 일대는 예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도 말 목장으로 이용되고 있다.(권동희, 2017)."

탐라순력도에 그려진 저성망 봉수.

그리고 송악산 해안 절벽에는 구 일본군이미군의 일본 본토 상륙을 저지하기 위해 구축한 갱도들이 있다. 갱도 공사에는 징용된 제주인 포함 조선인 약 1000여 명이 현장 함바집에서 강냉이 죽을 먹으며 강제노동했다고 한다. 갱도는 H자형, ㄷ자형, 곡선형 등이고 굴 입구는 높이 2~2.5m, 폭은 4~4.5m 길이는 6~40m라고 한다. 강제징용자들은 가스불을 비춰놓고 곡괭이와 삽만 가지고 절벽 지층을 뚫었다. 이 갱도 기지에는 교룡(蛟龍), 해룡(海龍), 회천(回天), 진양(震洋)이라고 부르는 어뢰들과 해상특공 자살특공대가 배치될 예정이었다(김희수, 2013). 지금도 그 갱도들이 해안에 그대로 남아있고 드라마 대장금도 그 갱도에서 형제섬을 배경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김유정 미술평론가(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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