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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하늘 달리는 기차 타고 인생 닮은 여행길
후지시로 세이지 글·그림 ‘은하 철도의 밤’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07.17. 00:00:00
어둠을 헤치고 우주공간을 유영하는 기차. 우리에게 낯익은 만화영화 '은하 철도 999'다. 이 작품의 원작 동화로 알려진 '은하 철도의 밤'이 그림책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일본 국민작가로 불렸던 미야자와 겐지(1896~1933)의 원작을 바탕으로 '빛과 그림자의 예술가'인 카게에의 거장 후지시로 세이지가 글을 쓰고 빛나는 색채의 그림자그림을 더한 '은하 철도의 밤'이다.

그림책 '은하 철도의 밤'은 가난하고 외로운 소년 조반니가 일 년에 한 번 있는 은하 축제날에 친구 캄파넬라와 은하 철도를 달리는 기차를 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캄파넬라는 아빠 없는 조반니가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할 때 위로가 되어준 아이였다.

은하 철도는 은하수 왼쪽 강가를 따라 남쪽으로 쭉 이어져 있었다. 꿈 속에서 기차에 오른 조반니는 물에 젖은 듯 새까만 웃옷을 입고 머리에 빨간 모자를 쓴 캄파넬라를 본다. 캄파넬라의 얼굴은 창백해보였다. 덜컹거리는 작은 기차 안에서 조반니는 다른 여행자들을 만나며 알 듯 모를 듯한 세상을 배워간다.

두 아이는 여행 중에 하늘에 붉게 타오르는 전갈을 만난다. "다시 태어나면 부디 남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내 몸을 사용해주세요"라고 기도했던 전갈은 그 바람처럼 새빨간 아름다운 불이 되어 어두운 밤하늘을 비춰주고 있었다.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난 아직 잘 모르겠어." 인생이라는 긴긴 여행길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두 아이는 붉은 전갈의 사연에 감동받아 대화를 이어간다.

어느새 잠에서 깬 조반니는 캄파넬라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그림책 맨 끝장엔 미야자와 겐지의 어록이 실렸다, "세계가 전부 행복해지지 않으면 개인의 행복은 있을 수 없습니다." 길벗어린이. 엄혜숙 옮김.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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