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오피니언
[강종우의 한라시론] ‘당싯거리는’ 그런 미소가 그립다!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입력 : 2020. 12.03. 00:00:00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서 식사를 한다고?! 하물며 제 돈 내가며 일부러 먹으러 간다고?! 갑작스런 정전으로 한 순간 어두워진 게 아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불빛이라곤 하나도 없다. 더듬더듬 겨우 찾은 포크로 샐러드를 먹고, 가까스로 잡은 나이프로 고기를 자른다. 결국 그마저 포기한 채 한 입 한 입 욱여넣기 바쁘다.

그 공간에 들어선 순간부터 빠져나올 때까지 두 눈은 무의미하다. 누군가의 도움이 없다면 도무지 불가능한 일이다. 까마득한 어둠 한가운데서 식사하는 아주 색다른 공간, 블라인드 레스토랑(Blind Restaurant). 영국 사회적기업이다.

‘그런 델 누가 가’, ‘별 미친 짓을 한다’, 아무도 발걸음 않을 그 식당이 사람들로 북적댄다. 요샛말로 ‘핫플(Hot Place)’인 셈. 기다리는 손님으로 장사진을 이룬다. 왜 그럴까?

한 번이라도 다녀갔던 사람들은 다들 놀랍다 입을 모은다. 칠흑 같은 어둠도 아랑곳없이 자신들을 돕는 이들 때문.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시각장애인을 마주한다. 더 이상 그들은 ‘능력 없는(Disable)’ 사람이 아니다. ‘다른 능력을 가진(Different Able)’ 조력자다. 경외심마저 든다. 어쨌든 부랴부랴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서야 새삼 감사한다. 바로 자신의 눈이 온전함에. 그래서일까 불편하기 그지없는 ‘깜깜이 식당’을 기꺼이 다시 찾는다.

또 다른 풍경 하나. 갓난아이가 유치원에 엄마와 함께 등장한다. ‘꼬마교사’라 불리는 말 못하는 선생님. 꼬마교사와 유치원생들은 부득이 마음과 몸짓으로 소통하고 서로의 감정을 읽어낸다. 사회적기업 ‘공감의 뿌리’는 이렇게 출발한다.

수업의 골격은 이처럼 단순하다. 이게 과연 교육일까 싶다. 하지만 9개월간의 과정을 마치고 나면 유치원생들은 너무나 달라진다. 갓난아이 ‘꼬마교사’를 통해 저마다 간직하고 있는 순수한 마음과 따뜻한 감정을 발견한다. 표현하는 능력 또한 길러진다. 집단 따돌림도 90퍼센트나 줄었다 한다. 조그만 유치원 두 곳에서 시작된 ‘공감의 뿌리’는 캐나다 9개 주는 물론 전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두 사례 모두 낯설다 못해 파격적이다. 그만큼 울림이 크다. 공감과 소통의 혁신적 방식… 이제는 새로운 모색이 필요할 때다. 무엇보다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New Normal) 시대라 더더욱 그렇다.

‘당싯거리다’라는 우리말이 있다. 어린아이가 누워서 팔다리를 춤추듯이 잇따라 귀엽게 움직이는 모양을 말한다. 방긋 웃는가 싶더니 눈에 힘을 주고 팔짓 다릿짓 한다. 여간 대견하고 귀여운 게 아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떤 자극으로 생기는 ‘반사’와는 사뭇 다르다. 눈앞에 보이는 보호자를 보며 방긋 웃기도 하고 손발을 움직이는 신나는 반응이다. 생후 1개월 반 즈음 보이는 이런 아이들의 반응을 ‘사회적 미소’라 부르기도 한다.

어쩌면 정작 어른인 우리 모두에게 절실한 미소가 아닐까?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가 일상화된 오늘, 가까이 다가서기도 어렵고 제대로 보이지도 않지만 ‘당싯거리는’ 그런 미소가 그립다. 눈인사 건네며 ‘빙새기’ 웃는 모습, 정말 그립다.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