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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피난처이자 격전지였던 사찰 수난사
조계종 관음사 등 주최 '4·3 진실과 불교' 주제 전시
스님·사찰 등 잇단 피해와 유족 신고도 못한 사연 담아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12.07. 17:54:08

보릿대를 활용한 독특한 회화 작품인 이수진의 '너'. 누군가의 손가락 끝에서 생과 사가 갈렸던 고통의 시간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너와 나가 없었다. 그저 모두가 같은 피를 나눈 궨당이었다. 많은 승려들이 죽었다. 사찰은 표적이 되었다. 또 다시 화를 당할까 그저 숨죽여 살아왔다. 또 다시 고초를 겪게 될까 희생자 유족 신고도 하지 않았다."

제주 불교계가 겪은 제주4·3의 고통을 집약해놓은 말이다. 이같은 제주4·3 피해 상황을 미술 작품으로 보듬은 전시가 열리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3교구본사 관음사(주지 허운 스님),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양조훈), (사)제주불교4·3희생자추모사업회(회장 부영주) 공동 주최로 이달 7일부터 16일까지 제주KBS 1층에서 이어지는 '제주불교, 동백으로 화현하다' 전시다.

윤상길·이수진·김계호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회화, 사진, 도자 작업 등으로 4·3의 진실과 불교를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8월부터 서울, 대구, 전북, 강원을 거쳐온 전국 순회전을 마무리하는 자리다. 작품마다 4·3의 사연을 담아낸 전시로 제주 불교의 수난사를 통해 4·3의 또 다른 고통을 전한다.

관음사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사회부,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 노무현재단 제주위원회는 2017년부터 4·3 불교 유적지 답사를 거치며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4·3 관련 종교계 피해 실태가 공식 집계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교계가 전시 형식으로 진실규명을 추진했다.

김계호의 '기적'.

관음사 주지 허운 스님은 "70여 년 전 4·3항쟁 당시 불교 사찰은 공권력과 특정 종교를 가진 불법 폭력단체 서북청년단의 탄압에서 벗어나기 위한 피신처이자 무장대와 토벌대의 격전지였다"며 "스님 16명과 사찰 35개소가 불타는 아픈 역사와 제2의 무불(無佛)시대를 초래했던 야만적인 역사를 밝히기 위해 전시를 개최한다"고 했다.

첫날 개막식에는 제주시 도평동 용장굴을 지키다 도평초등학교에서 희생당한 백삼만 스님의 후손인 백금남 소설가, 4·3 피신자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다며 희생된 이성봉 스님의 후손인 금붕사 주지 수암 스님과 중문중학교 설립자인 원문상 스님의 후손 원용범씨, 월정사를 지키다 박성내에서 총살당한 덕수 스님의 조카인 김동호씨 등이 초청됐다. 이날 주최 측은 전시에 도움을 준 스님과 불자들에게 감사패도 증정했다. 문의 723-4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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