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문화
[2021 한라일보 신춘문예 당선-시조] 폐교-김규학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1. 01.01. 00:00:00

삽화=한항선

한때, 천 명도 넘던 전교생들 사라지고

그 많던 선생님들 뿔뿔이 흩어지고

궂은일

도맡아 하던

순이 아버지도 가버렸다.



모두 다 떠나버려 적막하고 스산한데

집 나간 아들 기다리는 어머니 심정으로

검버섯

창궐한 학교만

그 자리에 붙박여 있다.



나팔꽃이 휘청대며 국기 봉을 부여잡고

그늘만 넓혀가던 플라타너스 나무도

밤사이

떠나버릴까

까치둥지가 짓누른다.



좀이 쑤신 학교도 툭툭 털고 일어나

하루빨리 이 산골을 벗어나고 싶겠지만

날마다

담쟁이덩굴이

친친 주저앉힌다.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