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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바람처럼 빠르고, 우연스럽게 그리고 쓰다
양상철 작가 '3일간의 프로젝트' 3월 20~25일 이중섭스튜디오
정성·공력 보여주는 대신 서예술의 찰나적 특성 반영한 작업
영주십경 중 서귀포 풍광에 얹은 노자 도덕경 대작 5점 전시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1. 03.16. 14:00:30

양상철의 '노자와 산방굴사'.

20년 전부터 서예와 그림, 건축 등을 융합해 다원화시키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양상철 작가가 이번엔 '3일간의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고향인 서귀포의 풍광을 붙잡은 '노자와 함께한 서귀포'로 이달 20~25일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전시실에 그 여정을 풀어낸다.

양 작가의 열다섯 번째 개인전인 이 전시는 찰나적으로 글쓰는 이의 성정을 드러낸다는 서예의 특성을 반영해 준비됐다. 서예는 본디 마라톤이 아니라 100m 달리기와 같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일과 3일, 7일 등 3일에 걸쳐 작품 천 교반수와 염료 처리, 서귀포 풍경을 담은 야외 큰 붓질, 야외 글쓰기에 나섰다.

전시장에는 1.8m 폭에 길이 7m, 6m, 5m, 4.5m의 천 위에 먹, 아크릴, 염료 등을 이용해 각각 작업한 대작 5점이 걸린다. '영주십경' 중에서 서귀포 지역에 해당하는 '성산출일(城山出日)', '영실기암(瀛室寄巖)', '귤림추색(橘林秋色)', '산방굴사(山房窟寺)', '정방하폭(正房夏瀑)'에 노자의 도덕경을 얹어 서귀포의 자연과 삶에 대한 의미를 찾으려 했다.

그가 노자를 택한 건 오늘날 거세지고 있는 인간의 탐욕, 경쟁 논리와 무관하지 않다. 지나친 문명의 발달이 자연을 훼손시키고 있는 때에 노자사상의 상선약수(上善若水)와 무위자연(無爲自然)이 자연과 인간의 공생의 가치를 일깨운다고 봤다.

양상철의 '노자와 성산출일'.

양 작가는 특히 이번 전시를 '해프닝 서예전'이라고 칭했다. 작품의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며, 그 과정에서 유희와 긴장감을 더해 즉흥적으로 연출되는 제작 행위 자체에 무게를 뒀다는 말이다.

그는 "서예술의 특성과 제주의 풍토성에도 불구하고 제주는 물론 국내외 대부분의 서예전시는 학서적으로 '정성'과 시간적으로 '공력'을 보여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작품 준비를 위해 '3단계 과정'을 이행하되 시간과 공력을 최소화하여 제주의 바람이 내게 준 심미로 그 바람처럼 빠르고 우연스럽게 밤낮 3일 동안 실존적 상황에서 작품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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