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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보험성 용서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입력 : 2021. 03.24. 00:00:00
보험은 비슷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 자신의 위험을 제3자에게 전가하는 사회적 장치나 제도이다. 보험을 통해 각자가 겪을 수 있는 손실을 한데 묶음으로써 손실의 통계적 예측을 가능하게 하고, 각종 위험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제도는 고대사회부터 존재해왔다.

그러나 용서와 보험이 만나면 이상한 보험이 된다. 누군가를 용서하는데 은연중에 미래에 대한 보험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용서, 즉 미래의 내가 그럴지도 모르기 때문에 현재 타인의 부정을 용서한다는 의미이다. 부정행위를 저지를까 말까를 고민할 때, 그 사회가 그 부정행위를 얼마나 용인해 주느냐에 따라 행동이 결정된다. 다시말해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 다는 것이다. 그리고 누울 자리는 우리가 만들어 주고 있다. 왜? 언젠가 우리도 그런 부정행위를 똑같이 할 수 있다는 생각, 용서를 적립해두는 것이다.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에 대해 처벌이 너무 높다는 일부 사람들의 인식이 보험성 용서의 대표적 사례이다. 나도 이런 현실에 얼마나 동조했을까? 누군가 직장 내 공용물품을 함부로 사용한다든지, 공짜 마스크를 몽땅 가지고 온다든지 타인의 부정을 봤을 때 가벼운 실수 정도로 생각하고 나 자신을 위해 용서의 마음을 내준 것이다.

작고 사소한 원칙이라도 원칙은 원칙이다. 보험성 용서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룰에 어긋나는 행동은 내 자존심으로는 절대 용납할 수 없어’와 같은 자존심이 필요하다. 그래야 불의를 보면 참지 않는 용기를 통해 비도덕적인 상황에서도 자존심을 지켜 청렴하지 않으면 부끄러운 사회라는 인식을 만들 수 있다. 그런 인식을 만들어 가는게 우리의 일이다. 나부터 스스로 청렴하게 살아가는 선택을 통해 자존심을 지키고 부끄러울 줄 알며 진정으로 나 자신을 사랑할 것이다. 부정부패가 누울 자리가 없는 세상을 만들어 주자. <오경훈 서귀포시 도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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