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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막개발에 발 끊는 '거북이와 물떼새'
제주환경운동연합 '해안사구 보존 토론회'
멸종위기종 서식지·희귀 위석회동굴 형성
상업·도로시설로 현재는 80% 이상 사라져
보호지역 지정과 조례 제정 등 대책 '절실'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입력 : 2021. 04.04. 11:18:35

지난해 9월 11일 서귀포시 중문해수욕장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바다거북 18마리가 바다로 방류되고 있다. 한라일보DB

"중문해수욕장에 형성된 '사구(沙丘·모래언덕)'에는 2007년까지 바다거북이의 산란이 확인됐다. 하지만 해수욕장이 사시사철, 24시간 개방되다 보니 바다거북이 알을 낳으러 오기 힘들어 졌다. 현재 인공증식한 바다거북을 이 곳에서 방류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지만 이들이 다시 돌아와 알을 낳을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성산일출봉을 육지와 연결시킨 '신양 해안사구'는 제주에서 그나마 해안사구가 대규모로 남아 있는 곳이다. 봄에는 흰물떼새가 여기서 알을 낳는다. 하지만 최근 행정당국이 관광객들을 위해 야자매트를 깔아버렸다. 이로 인해 사구 훼손이 더욱 심화되는 것은 물론, 흰물떼새의 서식 상황도 더욱 위태롭게 될 것이다."

 

제주의 한 백사장에서 흰물떼새 한쌍이 알을 낳아 지극정성으로 품고 있다. 한라일보DB

소멸위기에 처해 있는 제주의 사구를 보전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제주환경운동연합과 제주도의회는 지난 2일 도의회 소회의실에서 '해안사구 보전 모색을 위한 정책 발굴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양수남 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은 "모래 해변이 해수욕장으로 변신하면서 그 뒤에 있는 해안사구에는 상업시설 혹은 해안도로가 개설됐다"며 "문제는 그동안 해안사구에 대한 최소한의 보전장치 없이 무분별한 막개발이 이뤄졌다는 점"이라며 함덕·월정·평대·신양·중문·사계·협재·이호 등 도내 14개 해안사구의 현황을 설명했다.

 양 국장은 "지난 2017년 국립생태원의 '국내 해안사구 관리현황 조사 및 개선방안 마련 연구'에 따르면 제주는 전국에서도 해안사구가 가장 많이 훼손된 지역으로 나타났다"며 "과거 면적대비 무려 82.4%가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양 국장은 "제주의 해안사구에는 독특한 염생식물 생태계가 형성돼 있고,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바다거북이 등 독특한 생물들의 서식지"라며 "또 화산지층 위에 해안사구가 형성돼 있고, 이에 따라 희귀한 위석회동굴이 만들어지는 등 육지와는 다른 독특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양 국장은 ▷해안사구에 대한 보호지역 지정 ▷해안사구 중 일정 구역을 연안 습지의 범위에 포함하는 법 개정 ▷해안사구 보전조례 제정 ▷야자매트 철거·우회로 개설 등 행정당국의 긴급조치 ▷해안사구를 개발 대상에서 생태관광 대상으로 전환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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