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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외국인선원은 왜 흉기를 쥐었을까
주먹질부터 흉기 휘두르고 선장 감금까지
의존도 심화·열악한 노동조건이 주요원인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입력 : 2021. 04.14. 15:05:25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해경은 통계 파악無… "예방 활동에 주력"
해수부, 수협의 관리 업무 이관 계획 추진


제주에서 외국인 선원 범죄가 잇따르는 것과 관련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3일 서귀포 선적 근해연승 C호(32t·승선원 10명(베트남 5명·한국 5명))가 연락이 두절됐다는 신고가 제주어선안전조업국에 접수됐다. 이에 남해어업관리단이 확인한 결과 C호는 베트남 선원이 흉기로 선장을 위협, 조타실을 점거한 상태로 이어도 남동쪽 약 92.6㎞ 해상에 머물고 있었다. 이후 해당 선원은 제압돼 서귀포해양경찰서에 신병이 인계됐으며, 평소 복용하던 약이 떨어져 입항을 요구하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해 11월 11일에도 성산 선적 연승어선에 탑승한 베트남 선원 3명이 서귀포항 남쪽 555㎞ 해상에서 말 다툼을 하던 40대 한국인 선원을 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월~1년의 실형을 받았으며, 같은해 7월 20일에는 애월항에 정박 중인 안강망어선에서 베트남 선원이 자신을 나무라는 선장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지난달 23일 외국인 선원의 흉기 난동이 일어난 C호. 사진=해양수산부 제공

범죄가 잇따르는 원인에 대해 어업 현장에서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외국인 선원 의존도 심화를 꼽고 있다. 제주 어선 선원 중 외국인 비율은 2015년 1133명(15.5%)에서 지난해 1592명(21.5%·잠정)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아울러 지난해 6월 선원이주노동자 인권네트워크가 한국 원양어선 외국인 선원 5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선원 17.2%(2018년 기준)는 노동시간이 일평균 16.9시간에 달했고, 41%는 월급이 5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한 연승어선 관계자는 "일을 하려는 한국인 선원이 줄면서 현재 선원 9명 중 5명이 외국인 선원으로 채워졌다"며 "뱃일은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폭행과 폭언이 공공연하게 이뤄지는데, 의사소통이 어려운 외국인 선원에게는 더욱 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발생한 사건도 이러한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인권침해 예방교육과 조업에 투입되기 전 뱃일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외국인 선원 범죄 집계 등 현황을 따로 파악하지는 않고 있다"며 "다만 인권침해 사례 등에 대한 설문조사 및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홍보를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그동안 민간(수협 중심)이 수행했던 '외국인 선원 관리 업무'를 신생 공기업인 '한국수산어촌공단'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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