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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가 저절로 그려내는 빛나는 순간
김용주 아홉 번째 개인전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1. 04.29. 00:00:00

김용주의 '빛나는 순간'(캔버스에 아크릴, 2021).

‘살아있는 바다’ 주제 작품
새벽녘이나 해질 무렵 바다
단색조에 스며든 경이로움
제주 사람과 함께해온 자연

제주의 바다는 이 섬의 오랜 역사만큼 숱한 사연을 품었다. 제주 사람들은 그 바다를 건너며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섰다. 제주4·3의 피바람이 불던 시기엔 그 바다가 삶과 죽음을 오가는 통로였다. 그럼에도 제주 섬 사람들에게 바다는 열린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이 되었다.

제주 사람들과 운명을 함께해온 '제주바다'가 화가 김용주의 화폭 안에 담겼다. 작가는 아홉 번째 개인전 '살아있는 바다'에서 유년 시절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마음의 풍경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제주바다를 집중적으로 그렸다.

5월 1일부터 6일까지 문예회관 1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는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으로 작업한 작품 등 50여 점이 나온다. 파도에 떠밀려온 나뭇조각 위에 표현한 바닷가 마을 이야기도 있다.

김용주의 '성산포의 아침'(캔버스에 아크릴, 2021).

'성산포의 아침', '행원리의 오후', '종달리의 아침', '세화리에서', '구엄리에서', '김녕리에서' 등 그의 작품엔 제주 지명이 드러난다. 바다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마을을 구체적으로 호명하는 일은 그곳에 깃든 뭇 존재들이 쉬이 잊혀져선 안된다는 바람으로 읽힌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땅과 바다의 지형이 급격하게 바뀌는 현실은 검은 갯바위에 앉아 쉬는 새들의 무리를 쫓아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들여다보기'를 하며 '빛나는 순간'에 오래도록 눈길을 둔다. 새벽녘이나 노을이 질 무렵 제주바다를 찾은 그는 단색조로 느껴질 법한 몇 개의 색만으로 자연의 경이로움을 형상화했다. 해가 뜨거나 지는 그 시간에 물결과 부딪힌 햇살은 반짝인다. 인위적인 손길이 닿지 않아도 본래 생명력을 지닌 그것들은 서로에게 스며들며 절로 그런 풍경을 빚었다.

김용주의 '저녁'(캔버스에 아크릴, 2021).

작가는 때로 자연을 닮은 작업 방식을 택했다. 붓의 간섭을 가능한 배제하고 물감 스스로 추동해 활력을 보이도록 만든 '성산포의 아침'이 그런 작품 중 하나다. 대형 개발 이슈에 아파하는 이 땅을 향해 작가는 자연에 순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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