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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강상돈 시집… "이 계절 느림보로 살면 좀 어떤가"
다섯 번째 시집 '딱!' 일상서 캐낸 단시조 75편 담겨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1. 05.31. 16:12:59
담쟁이, 달팽이, 벚꽃, 돌하르방. 시인이 연작으로 붙잡고 있는 이들 소재엔 독자들이 예측 가능한 메타포가 있다. 그래서 그것들을 끈질기게 노래하는 일은 한편으론 부담이다. 달리 보고, 뻔하지 않게 그려내야 한다는.

제주 강상돈(사진) 시인은 단시조로 그 작업에 나섰다. 책만드집 출판사에서 '한국의 단시조' 시리즈로 묶어낸 신작 시집 '딱!'에 그 여정이 담겨 있다. 다섯 번째 시집으로 그동안 발표했던 75편의 단시조를 한데 모아 실었다.

제주도문화예술진흥원에 근무하며 '밥벌이'를 하고 있는 그의 작품엔 일상에서 관찰한 '생활시'들이 적지 않다. 두 개의 다른 '신발'이 나오는 시를 보자. "밑창이 닳은 채/ 연신 웃음 지으며// 사는 일/ 버겁더라도/ 한길로 가라 일러준다"는 '신발 1'에서 위안을 얻는다면, "무심코 켠 텔레비전"에서 본 "프라다 신발"('신발 2')에 이르면 머리가 핑 돈다고 했다.

시인은 등에 짐을 진 '달팽이 5'에서 찬 바람 파고 드는 "단칸방 서러운 신세"를 떠올린다. '담쟁이 25'엔 "여름내 기력 잃은/ 내게 입혀 주려고" 스웨터를 짜는 네 살 터울 여동생의 손 움직임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화자를 등장시켰다. 강 시인은 수다하지 않은 따스한 성정의 시로 느리지만 앞으로 나아가자고 말하고 있다. "느릿느릿 가는데 무슨 욕심 더 부리랴// 집 한 채 있으면 그걸로 만족한데// 축축한 봄날이 오면 느림보로 살고 싶다"('달팽이 1' 전문).

1998년 '현대시조'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시인은 오늘의 시조시인회, 애월문학회, 제주시조시인협회, 혜향문학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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