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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ED 지상전] (17)양민희의 '홍월(紅月)'
차고 이우는 저 달이 잠재운 상실의 고통
죽음에서 삶으로 재생… 섬에 투영된 자아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1. 08.10. 16:52:04
늘 같은 모양으로 빛나는 태양과 달리 달은 차고 이울기를 반복한다. 죽음에서 삶으로 무한히 재생하는 달은 어두움 끝에 빛이 찾아온다는 '진리'를 보여준다. 신비로운 변화로 인류의 예술적 감수성을 자극해온 달이 한라일보 1층 갤러리 이디(ED)에 떴다. 젊은 작가 9인전에 초대된 양민희 작가가 '홍월(紅月)', '몽중(夢中)', '연월(戀月)-모슬포 전경' 등 달이 있는 풍경으로 관람자를 이끈다.

양민희 작가의 작품에 달이 등장한 건 2016년 무렵이다. 대학 졸업 후 그림 작업과 거리를 두고 있던 그는 어머니의 갑작스런 부재로 절망감에 빠져있을 때 가족의 권유로 캔버스 앞에 다시 섰다. 작업을 재개하며 우울과 공포의 감정이 차츰 누그러졌다. 어머니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모습이 담긴 빛바랜 흑백 사진의 색감은 화면 위에 그대로 그리움이 되었고 그림 속 만월은 어느새 작가의 마음까지 어루만졌다.

개인적 서사가 그림에 반영되었지만 그의 달 작업은 상징 연구 등 학구적인 접근의 결과물이다. 지금까지 흑백에 가까운 베이지 톤으로 표현했던 달과 제주 자연의 형상들이 근래 붉은 빛으로 바뀐 데도 그 같은 점이 작용했다. 그림에 나타난 각각의 이미지가 중첩된다고 여겼고 '홍월'처럼 종전과 다른 작품이 나왔다.

캔버스에 아크릴물감으로 작업한 '홍월'에선 바다로 뻗은 붉은 바위 너머 붉은 달이 떠 있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어떤 이는 이 작품을 보며 태초의 제주 섬을 떠올렸다고 한다. 화산에서 분출한 뜨거운 용암이 흘러 흘러 바다까지 다다르는 순간이 그럴까. 검붉은 바위가 마치 이 섬의 오랜 생명력을 말해주는 듯 하다.

모델링 페이스트를 재료로 긁거나 깎은 마티에르 방식으로 드러나는 그의 작품 속 바위섬엔 '자아'가 투영되어 있다. 바다라는 이 세상에서 파도가 끝없이 밀려들며 상처를 주더라도 꿋꿋이 그 자리를 지키는 수많은 이들의 자화상이 그 섬들이다. 바위섬 뒤 솟은 한라산이 풍파를 막아주리라 믿으며 달과 그 아래 빛나는 존재들은 '그럼에도'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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