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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서 봐"… 증거에 인색한 제주검찰
12일 몰래 카메라 찍은 20대 재판에서
변호인 "검찰 등사 안해줘" 불만 토로
檢 "뭐 대단한 거라고… 와서 보면돼"
재판부 "법조인 믿어라" 변호인에 손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입력 : 2021. 08.12. 12:18:37
여성의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한 20대의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이 신경전을 벌였다. '증거 열람·등사'를 놓고 싸운 것인데, 재판부는 검찰의 폐쇄성을 지적하며 변호인 손을 들어줬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등)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25)씨에 대한 첫 공판을 12일 진행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3월 15일부터 6월 15일까지 총 8회에 걸쳐 여성들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또 김씨는 지난 5월 25일 제주시 소재 자택에서 술에 취해 잠든 여자친구를 준강간하고 이를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밖에도 김씨는 지난 6월 15일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한 사실을 여자친구에게 발각되자 흉기를 들고 "너 때문에 인생 망했다. 풀려나면 죽이겠다"고 협박한 혐의도 있다.

 이날 재판에서 김씨의 변호인은 검찰이 증거물(동영상)을 열람만 시켜주고, 등사는 해주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공판검사는 "변호인이 증거물 유출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혹시 컴퓨터 수리를 맡기다 미필적으로 유출될까봐 걱정돼서 그러는 것"이라며 "검찰에 와서 보면된다. 30분도 안 걸린다. 증거물이 뭐 대단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김씨의 변호인은 "검사님은 여러 번 봤겠지만 나는 한 번도 증거물을 열람하지 못했다"며 "별 다른 내용이 없을 수도 있지만 사건 검토를 위해 필요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장 부장판사는 "법조인을 믿어야 한다. 만일 유출되면 변호인 역시도 생업에 큰 타격을 받기 때문에 알아서 조심할 것"이라며 "검찰이 계속 거부하면 법원에 결정을 구하라"고 김씨 변호인 손을 들어줬다.

 한편 이번 사건의 2차 공판은 다음달 16일로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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