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오피니언
[허경자의 하루를 시작하며] 선장 잃은 제주 어디로 가나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입력 : 2021. 08.18. 00:00:00
한국판 그린뉴딜이 발표된 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화석연료에 의존했던 경제의 구심점을 저탄소 생태계로 방향 선회해 미래성장을 유도하고 기후위기 대응에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정부정책이었다. 제주에서도 '제주형 뉴딜정책'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6조1000억을 투입해 도내 일자리 4만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전례없이 지자체와 도의회가 견고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양대 기관 수장이 직접 발표까지 하였기에 뉴스를 접한 도민들은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기업들도 환호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제주의 그린뉴딜은 얼마나 진척되고 있을까. 그 풍향계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걸까.

일반적으로 그린뉴딜은 이해가 쉽지 않은 영역이다. 하지만 제주도민에게는 낯익은 부분들이 많다. 국내 최초로 구축된 가파도의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연계시스템, 구좌 행원지역의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 출력제한이 논의될 정도로 높아진 풍력과 태양광의 보급, 자연환경을 중시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카본프리아일랜드제주 CFI2030' 구현이 그린뉴딜의 모태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저탄소정책과 스마트그리드 융복합사업의 역사 및 선례는 한국형 그린뉴딜의 출발점이자 핵심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그린뉴딜은 '제주그린뉴딜'의 청사진을 본격 실현하고 카본프리를 온전히 선점할 수 있는 절대 절호의 그린찬스였던 것이다.

특히 제주그린뉴딜에서 탑픽으로 제기된 전력거래 자유화는 그동안 한전이 독점하고 있었던 전력생산 및 거래의 주체를 도민에게 개방하는 미래에너지수급의 선도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2030년부터 내연차 구입을 제한하고 전기차의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로 활용해 CO2 감축에 돌입하겠다는 제주의 선언은 세계적 핫트렌드 탄소중립(NET ZERO)에 대한 실천의지 천명으로 이목을 끌며 이슈화 됐다. 이러한 선행적 노력과 도전을 근간으로 제주도는 연내 분산에너지특구로 지정되는 결과도 기대하고 있다. 8년 전 제주에서 세계 최초로 전기자동차엑스포가 탄생한 것처럼 다시한번 세계가 주목하는 저탄소 산업생태계가 제주에 먼저 조성되는 성공신화가 탄생한다면 얼마나 멋진 일이던가.

하지만 현재 제주의 상황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어쩌면 위기속에 이미 진입했는지도 모른다. 코로나19 무감염 대표청정지역이던 제주도는 4차 대유행과 더불어 다수의 확진자 발생으로 비상국면을 맞이했고, 제2공항의 갈등이 종식되지도 못한 채 도지사는 대선출마로 사퇴를 선언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선장을 잃은 어선처럼 주도적 추진력의 구심점을 상실한 위기의 제주도, 생업에도 바쁜 도민들이 도정공백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더구나 오랜 기간 도전과 실증을 반복 축적하며 스마트그리드의 메카로 발돋음해온 제주가 아니던가. 청년들의 알찬 일자리가 보장되는 점프업의 기회, 그린뉴딜의 골든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된다. 지속되는 팬데믹으로 사람과 상품의 이동이 제한되고 중소 자영업의 경영위축이 심화되는 요즘, 투철한 기업가정신으로 뛰어도 모자랄 판에 쓸데없는 상념만 가득하다. <허경자 제주EV협동조합이사장>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