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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제주도립무용단원 안무 프로젝트
익숙한 몸짓 벗어나 자기만의 춤의 언어 찾기 열정 펼쳐
8월 21일 두 번째 '파도'엔 여성 서사, 검은 돌의 외침 등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1. 08.22. 14:59:06

제주도립무용단 기획 공연 '파도' 프로그램북에 실린 남기홍 안무 '틈-바람 길' 이미지.

민속춤 소재·형식 한계 넘어 4명 안무한 또 다른 4편 올려
도내 대학 무용학과 부재 속 무용단의 스펙트럼 넓힌 무대



그들에게 기대했던 건 패기다. 그래서 익숙한 문법을 벗어나 자기만의 몸짓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에 더 눈길이 갔다. 현대춤판에서는 친숙한 장면이라도 전통춤, 민속춤을 기반으로 한 무용단에겐 낯선 순간이 그려내는 즐거움이 있었다.

지난 21일 문예회관 대극장. 제주도립무용단이 단원 안무 프로젝트로 기획한 두 번째 '파도(Play Art Dance On)'가 공연장에 밀려 들었다. 6월 26일에 이어 약 두 달 만에 진행된 2회째 무대에선 강현정 안무의 '백(百), 백(白)', 김화영 안무의 '떨어질 락(落)', 남기홍 안무의 '틈-바람 길', 고범성 안무의 '아기업개의 기억'이 작품당 20분씩 차례로 공연됐다. 각각의 안무자들은 해당 작품에 주역 등으로 출연도 했다. 거리두기 4단계 격상에다 궂은 날씨가 예보되면서 더러 '노쇼'가 눈에 띄었지만 그래도 관객들이 개방된 객석을 거의 채웠다.

차(茶)를 마시는 행위에서 모티브를 딴 '백(百), 백(白)'은 다도에서 연상되는 정적인 이미지를 깼다. 작품 후반 휘몰아치는 음악에 더해 네모반듯하던 하얀 천이 구겨지며 감정이 물결치는 대목에선 고요함 아래 세상의 편견과 맞서고 있는 어느 여성의 서사가 읽혔다. '떨어질 락'에서도 여성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남성 무용수들의 소매 긴 장삼 의상으로 상징되는 인생의 파고를 넘으며 의연히 꽃을 피워내는 여성들의 부단한 몸짓을 만났다.

'틈-바람 길'은 거센 파도를 품은 듯한 블루, 현무암이 떠오르는 블랙 색상이 어울린 자켓과 팬츠를 입은 무용수들이 몸을 던져 바닥을 구르고 또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울림을 줬다. 돌들이 서로의 몸을 의지해 담을 쌓으며 세찬 바람을 막는 등 혼자가 아닌 함께일 때 비로소 온전히 고난을 이길 힘을 발휘하는 '우리'가 그곳에 있었다. 이름 없는 돌들이라고 함부로 걷어차지 마시라. 오케스트라피트 안으로 가라앉은 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제주도립무용단 단장인 부재호 제주도문화예술진흥원장, 김혜림 예술감독 겸 안무자와 전체 단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기업개의 기억'은 항파두리성 유적으로 흔적을 남긴 고려 삼별초의 역사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이면서 제주 민간 설화 속에서 여러 이야기로 변주되는 김통정을 불러냈다. 이 작품에만 무려 33명의 단원이 출연해 아기업개 전설을 입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이 섬의 오랜 수탈의 역사를 펼쳐놓았다.

제주도문화예술진흥원이 운영하는 도립무용단은 김혜림 예술감독 겸 상임안무자가 총연출을 맡은 이번 두 차례의 기획 공연을 통해 단원이 창작한 8편의 신작을 선보였다. 한국무용 중심의 공연을 이어온 예술단에겐 실험적인 무대였다. 제주도립민속예술단을 모태를 두고 있어 소재와 형식에 제약이 따르는 현실에서 이 프로젝트는 무용단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기회가 되었다. 제주 지역 대학에 무용학과가 없는 상황 속에 도립무용단의 행보가 지역 무용의 흐름과 함께한다는 점에서도 대중적 확장성을 꾀하는 계기였다.

그런 점에서 제주를 거점으로 삼은 무용수 개발을 전제로 무용단원 수를 현실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도립예술단 조례에 따른 도립무용단 정원은 74명이다. 트레이너, 수·차석 등을 제외한 상임단원만 56명이 제시됐지만 8월 기준 상임단원은 31명(도립무용단 홈페이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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