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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영 드리운 검푸른 제주 풍경 속 희망을 보다
이경은 작가 약 30년 만에 첫 개인전 '제주의 빛'
9월 9일까지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전시실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1. 09.05. 07:08:46

이경은의 '수영하는 남자'

그는 빈 캔버스만 바라보던 날이 여러 달이라고 했다. 서귀포미술협회 정기전 등 단체전에 간간이 출품했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작업에 손을 놓고 있던 탓에 부담감이 컸다.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약 30년 만에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전시실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있는 이경은 작가다.

이경은 작가는 오랜 기간 기당미술관에 근무했고 제주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 제주현대미술관장을 지내는 등 20년 넘게 공립미술관에 몸담았다. 그는 퇴임 뒤 본격적으로 붓을 잡으며 오래전 스승인 김택화 선생을 모시고 산으로, 바다로 스케치를 다녔던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그 시절 그는 반짝거리는 나뭇잎과 검붉은 바위들의 생명력을 봤다. 그래서 먼 길을 돌아 펼치는 생애 첫 작품전에 '제주의 빛'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경은의 '흐린 날'

'흐린 날', '문주란', '달과 바다', '칸나와 비닐하우스', '삼나무와 개', '검질'('잡풀'이란 뜻의 제주 방언), '개우지코지', '여름' 등 지난 4일부터 시작된 전시에 나온 20점 가까운 유화 작품은 모두 2021년에 그려졌다. 이 작가의 일상 안에 머물고 있는 풍경들엔 사물의 고유한 색에 강한 제주의 빛이 더해지며 생겨난 음영이 있다.

그늘이 있으면 빛이 있는 법이다. 검푸른 화면 속 이 땅에 내리쬐는 햇볕은 다가올 희망을 예고한다. 야생의 '검질'이 더 화려한 꽃을 피워내고, 엎드려 팔을 뻗은 물속에서 자유로움을 경험하듯 말이다. 작가가 이번 전시에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2019 홍콩'을 내건 배경에도 거리로 나선 홍콩 시민들의 머리 위에 내려앉은 한 줄기 빛을 관람객들과 공유하고 싶어서였는지 모른다. 전시는 이달 9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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