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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백혈병·장애 딛고 공무원 꿈★ 이루다
서귀포시 송현지씨… 이애순 주무관 큰 도움
골수이식 수술에 근육계 후유증 힘겨운 나날
검정고시·공인중개사·공무원 독학으로 성공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입력 : 2021. 09.06. 15:54:40

공무원의 길을 소개한 이애순 주무관과 백혈병·장애를 이겨내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지난달부터 서홍동주민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송현지씨(오른쪽).

백혈병과 중증 장애를 극복하고 새내기 공무원(행정 9급)으로 첫 발을 내딛은 20대 '여전사'가 있다. 주인공은 지난 8월 24일자로 서귀포시 서홍동주민센터 실무수습으로 배치된 송현지(26·서홍동)씨. 그녀는 기나긴 고통의 시간을 이겨내고, 진지한 삶에 대한 애착 속에 쉼 없이 꿈과 희망에 도전해 성공하며 코로나19로 힘든 우리사회에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서홍동에서 송씨와 그에게 공무원의 길을 안내한 이애순 주무관(서귀포시 복지위생국 주민복지과)을 만난 것은 지난 1일이다. 이들의 소중한 인연은 사례관리를 넘어 선·후배 공무원으로, 멘티·멘토로서 다시 이어졌다. 이들은 방안에만 있던 자신을 사회로 다시 꺼내준 고마움과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의 뜻을 따라준 고마움을 대신하며 서로의 두손을 꼭 맞잡았다.

송씨는 대신중학교 2학년이던 2009년 12월에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이후 중학교를 1년 휴학했고, 오랜 투병은 가족들의 일상마저 바꿔놨다. 여행업으로 맞벌이를 하는 부모(송동석·61, 김명자·52)는 1~2주 간격으로 서울에 있는 병원에 동행했고, 친오빠(송현수·29)는 2010년 4월에 자신의 골수를 이식해 주면서 동생의 쾌유를 빌었다. 지금은 가족의 힘으로 백혈병은 완치됐다.

하지만 후유증은 다시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2012년 3월에 입학한 서귀포여자고등학교는 1년을 다니고 이듬해 5월에 중퇴했다. 송씨는 치료를 위한 스테로이드제 약물 복용에 따른 근육계 후유증으로 호흡기 장애(중증)와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방안에서만 생활해야 했다.

누구보다 건강했고 신체도 좋았는데, 그리고 학교 반장까지 맡으면서 즐거운 일상의 연속이었지만 어린 사춘기 소녀에게 예고 없이 찾아온 연속된 불행을 견디기에는 쉽지 않았던 연속의 시간이었다. 오로지 할 수 있는 것은 공부 밖에 없었다. 인터넷 강의만으로 2016년 8월에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2018년 11월에는 공인중개사 자격을 획득했다. 그리고 2020년 낙방 끝에 올해 두번 도전 만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서홍동주민센터에서 만난 이젠 공무원 선·후배가 된 이애순 주무관, 송현지씨, 진은숙 서홍동장(사진 왼쪽부터).

송씨는 힘들었던 모든 악조건을 이겨내고 당당한 사회인으로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그동안 마음속에 뒀던 말들을 꺼냈다. "부모님과 오빠, 이애순 주무관님 모두에게 감사드려요. 모두가 집 있으면서 건강만 생각하라고 할 때였는데 공무원이라는 꿈이 생기니까 운동량을 늘리고, 일상생활에 있어서도 즐겁고 의욕이 생겼죠. 평생 갇혀 있을 것만 같았던 방안에서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제일 기뻤죠. 얼마 없으면 추석인데, 9월에 첫 월급을 타면 고마운 분들에게 선물할거예요."

이애순 주무관은 "힘들었던 시간만큼, 아무도 가보지 못한 현지만의 길을 힘차게 잘 걸어갔으면 한다"며 "이번 사례관리는 당연한 일인 데도 좋은 결과로 이어졌고, 공직생활하면서 허투루 살지 않았다는데 스스로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지금도 길게 이야기를 하면 소리가 울리고, 오래 걷는 데도 불편하지만 이러한 모든 일들이 '익숙'해져서 괜찮다. 자신의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노약자와 장애인 등 보행 편의 개선에 관심이 많아 관련 업무를 하고 싶다'는 그녀다. 힘든 자신보다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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