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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아래 익숙한 저 능선 제주 오름처럼 보이나요
이다슬 사진전 '나를 꼬옥 안아주세요' 주제로 스튜디오126
벌건 흙 드러난 땅, 쓰레기 산 등 착각 일으키는 풍경 속 현실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1. 09.07. 15:59:12

이다슬의 '나를 꼬옥 안아주세요(Hold me tight) 에피소드 no.6'

전시장 2층에 있는 방 안 의자에 잠시 앉았다. 사진 속 별빛 반짝이는 푸르스름한 풍경 아래 익숙한 능선은 마치 오름 같았다. 실제론 쓰레기들이 모여 야트막한 산의 형상을 이룬 거였다. 멀리서 보면 치유의 공간이었으나, 가까이서 보니 상처로 곪아가는 현장이었다.

원도심에 자리 잡은 스튜디오126(제주시 관덕로 14-4)에서 지난 2일부터 진행 중인 이다슬 사진전은 관람자의 착각을 불러오는 장면으로 제주의 현실을 일깨운다. 이 작가가 꼼꼼히 적어놓은 작품 옆 텍스트를 따라가다 보면 왜 '나를 꼬옥 안아주세요(Hold me tight)'란 제목을 연달아 붙였는지 짐작하게 된다.

20여 점의 출품작에는 굴착기 작업이 멈추지 않는 제주가 있다. 부수고, 태우고, 버리고, 사라지는 일이 흔하디흔하다. 제주에 사는 연예인이 즐겨 가는 곳으로 소개된 오름, 몸과 마음에 쉼을 제공해주는 울창한 숲도 다르지 않다. 맨땅이 벌겋게 파헤쳐지도록 오름에 오른 어떤 이들은 비치파라솔을 펴고 돗자리를 깔아 한 상을 차리거나 스스럼없이 분화구 물 속으로 뛰어든다. 잘려 나간 나무들이 불태워지며 내지르는 비명은 하얀 구름처럼 연기로 피어난다. 그럼에도 오름과 숲이 우릴 기다려준다면 언젠가 다시 찾아와 감싸 안아 주리라.

이 작가는 "그 공간을 누가 소유하고 있고 누가 이용하고 있는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변형되었는지를 묻지 않는다면 풍경 사진의 의미를 알 수 없다"며 "전국 각지에서 불나방처럼 모여드는 자본의 힘에 의해 동시대의 풍경은 변해왔고 지금도 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변하겠지만 불안하고 위태로운 이 풍경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인간의 속도와 자연의 속도의 차이에서 생겨나는 간격들을 찾아다니며 기록하는 일"이라고 했다. 제주 출신인 이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사와 전문사 과정을 졸업했고 서울, 아일랜드, 제주에서 개인전을 가져왔다. 2013년 제주현대미술관 창작스튜디오에 입주했고 올해는 예술곶 산양 1기 입주 작가로 선발됐다.

전시는 이달 16일까지(일요일 휴관) 이어진다. 공간 개방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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