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누구의 삶에도 정답은 없지만 유독 내 인상에는 오답이 많은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나는 왜 문제를 잘못 이해하고 남들과 다른 답을 내놓을까 자책하며 무너져 내릴 때, 네 답이 맞는 거라고 틀린 너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해주는 내 편이 있었다. 자주 흔들리고 후회하고 주저앉던 우리의 스무 살 언저리에 '네가 도끼로 사람을 찍어 죽였다고 해도 난 네 편이야'라고 말해주던 흔들림 없던 눈빛을 기억한다. 우리는 그 눈빛 덕에 스무 살의 고개를 넘었다. 2001년 10월 13일 개봉했던 정재은 감독의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가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지난 13일 재개봉했다. 날짜마저 정확히 똑같은 20년 만의 귀환이다. 태희, 혜주, 지영, 비류와 온조까지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5명의 친구들이 겪는 스물 언저리의 삶을 세심한 눈길과 온기 어린 손짓으로 담아낸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는 대학생이 아닌 여성의 삶을 담아낸 희귀한 청춘 드라마이자 담백하고 단단한 성장 드라마로 오랜 시간 많은 관객들의 가슴 한 켠을 차지하고 있던 영화였다. 인천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각기 다른 다섯 친구의 교차하는 매일과 멀어지는 하루가 담긴 이 영화는 지영(옥지영)이 혜주(이요원)에게 생일 선물로 안겨준 고양이 티티를 연결 고리 삼아 친구라는 역할과 우리라는 관계에 대한 수많은 답안지들을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세련된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는 청춘의 공기를 예민하게 포착하는 영화다. IMF시대 상고를 졸업하고 대학을 택하지 않은 여성들의 삶을 이토록 정면으로 그려낸 영화는 당시에도 귀했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캠퍼스를 벗어난 청춘 드라마가 품게 되는 순간들은 마냥 싱그럽지 만은 않아서 '고양이를 부탁해' 속에는 무너져 내리는 집과 비틀거리는 꿈, 품 안에 가둔 온기와 서릿발 같은 한기가 뛰어들 수 없는 바다, 인천의 풍광과 어우러진다. 학창시절이라는 하나의 세계를 함께 건너온 친구들은 이제 서로가 향하는 방향이 달라져서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무게를 지탱하던 팔이 뻐근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잡은 손은 놓지 않는다. 번듯한 회사에 취직한 혜주도, 물처럼 떠돌고 싶은 태희도 무너져 내리는 천정 아래를 지탱하고 있는 지영도 자신의 방향 앞에 확신이 서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