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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살해범 백광석 "암인줄 알고 범행" 판사도 갸우뚱
27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세 번째 공판 진행
"자포자기 심정"… 실제 진단은 없는 상황
"피해자 목 조른 허리띠 우연히 밟았다"며
직접 살해 부인한 김시남 진술은 의문 투성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입력 : 2021. 10.27. 17:47:32

지난 7월 27일 제주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는 백광석(왼쪽)과 김시남. 한라일보DB

제주 중학생 피살사건을 처음 계획한 백광석(48)이 간암에 걸린 것으로 착각, 자포자기 심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법정에서 주장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27일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백광석과 김시남(46)의 세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당초 이날 검찰이 구형하는 결심공판이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검찰이 이틀 전(25일)에야 피고인들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청구하면서 미뤄졌다.

백광석(48·왼쪽)과 김시남(46). 제주경찰청 제공

이날 재판에서는 백씨와 김씨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이뤄졌다.

 먼저 백씨에 대한 신문에 나선 장 부장판사는 "피해자 살해 후 어머니와의 통화에서 '그 병에 죽을 것도 아니고, 몇 개월이라도 살아야될 것 아니냐'고 어머니가 말한다. 그 병이 뭐냐"고 질문하자 백씨는 "간암"이라고 답했다.

 어이가 없어진 듯 한 표정을 지은 장 부장판사는 "병원에서 진단은 받았나"고 되물었고, 백씨는 "사건 한달 전부터 피를 토하고, 살도 많이 빠져 간암인줄 알았다. (그래서) 자포자기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병원에 가봤자 치료는 늦은 것 같아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씨는 경찰 체포 이후 병원 검사를 받았지만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직접 살해 혐의를 부인하는 김씨의 신문에서는 진술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김씨는 백씨가 두 손으로 허리띠를 잡아 피해자의 목을 조르다 한 쪽 부분을 놓쳤는데, 당시 자신이 넘어지면서 우연히 해당 부분을 밟았을 뿐이라고 진술하는 상황이다.

 장 부장판사는 "두 손으로 허리띠를 당기다 한 쪽을 놓치면 허리띠는 풀어진다. 또 피해자 목에 허리띠를 두 번 감아 졸랐다고 했는데, 그렇게 감으면 잡아 당기거나 밟을 수 있는 면(面)이 매우 짧다"며 "아울러 사람이 넘어지면 발바닥은 지면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잠시 말문이 막힌 김씨는 "사건 현장이 매우 좁았다. 완전히 넘어진 게 아니라 벽에 기대 듯 중심을 잃었다"며 법정에서 당시 상황을 몸으로 재현했다.

 신문을 모두 마친 재판부는 오는 11월 18일 오후 2시30분에 결심공판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백씨와 김씨는 지난 7월 18일 오후 3시16분쯤 제주시 조천읍 소재 주택에 침입해 중학생 A(16)군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망한 A군은 백씨의 전 연인이었던 B씨의 아들이다. 백씨가 B씨로부터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격분, 김씨를 끌여들여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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