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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1세대 공예가' 화산섬에서 빚은 흙의 노래
허민자 도예가 제주문예재단 원로예술인지원사업 선정
평론·대담·회고·아카이브·연구논문 등 수록 화집 발간
11월 11일까지 심헌갤러리서 출간 기념 연대별 작품전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1. 11.03. 14:47:15

허민자의 '한라산'(산청토)

허민자 작가

그는 제주에서 살았기에 지금과 같은 작품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25년간 살고, 제주에서 50년을 살았는데도 주변에서 자꾸만 자신을 "육지 사람"이라고 부른다는 말 끝에 나온 이야기였다.

제주 도예가 허민자(77). 한국미술협회 제주도지회를 통해 2021 제주문화예술재단 원로예술인지원사업으로 '흙, 마음의 자리, 사랑의 지평'이란 제목의 화집을 낸 허 작가는 3일 출판 기념식을 시작으로 이달 11일까지 제주시 아라동 심헌갤러리에서 지난 작업의 여정을 연대기별로 소개한 기념전을 열고 있다.

제주대에서 퇴임한 허 작가는 1975년 제주대 미술교육과에서 응용미술을 가르쳤고 1988년부터는 신설된 산업디자인학과에 재직하며 지역에 도자 공예를 뿌리내린 제주 1세대 공예가다. 그는 1970~80년대 전통자기에 현대적 미감을 접목시키는 작업을 펼쳤다. 1983년 일본 교토시립예대 도자기 연수를 받는 동안 제주 팽나무숲, 파도문, 구름문, 한국적인 떡살문 등을 이용한 도등(陶燈) 작업으로 현지에서 전시회를 가졌던 그의 작업에는 일찍이 제주가 있었다. 해외에서 귀국 후 제주 풍광에 빠져든 허 작가는 유약을 분무해 한라산을 표현하거나 흙을 쌓아올려 오름의 형상을 만들기도 했다. 도판을 제작해 제주 풍광을 양각, 음각, 상감 기법으로 드러낸 작업도 있다.

허민자의 '암(岩)-섭리'(석기점토)

허민자의 '하나 되게 하소서'(제주점토)

1990년대엔 제주 현무암에 심취해 기공을 뚫어 빛이 새어나오게 하는 도등 작업 등을 벌였다. 2000년대 들어서는 돌의 질감과 형태를 살린 인체조형으로 옮겨갔고 그 안에 사랑, 화해, 용서, 평화와 같은 메시지를 담으며 종교적 주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까지 치른 개인전만 19회에 이른다.

화집은 김유정 미술평론가의 총평 '생(生)의 흐름과 같은 예술', 대담 '화산섬 흙의 노래'를 시작으로 오창윤 제주대 교수, 조윤득 조각가, 김진아 한향림옹기박물관 전시팀장, 박선희 도예가가 쓴 평론과 회고로 구성됐다. 개인전 중심의 아카이브 기록, 연구 논문 등도 담겼다. 옹기 등 제주민의 생활문화에 주목했던 허 작가의 작업에 의미를 둔 김유정 평론가는 총평에서 "허민자의 관심은 민간예술을 일약 품격 있는 예술의 범주로 끌어올리는 것이었고, 현대라는 이름으로 전통이 다양한 형태로 빛을 발하게 했다"면서 "죽은 전통이 사라지는 자리에 새롭게 도예라는 이름의 전통 제주가 생생하게 살아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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