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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살암시민 살아진다" 기대 못 미친 '순이 삼촌' 울림
극단 공육사 소설 원작 연극 11월 3~5일 한라아트홀 공연
고모부 등 조역 입체감 비해 주인공 비중은 약하게 느껴져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1. 11.07. 15:49:02

지난 3일 공연이 끝난 뒤 배우들이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진선희기자

"코로나를 뚫고 올리는 정통 연극 한 편"이라는 홍보 문구를 내걸었지만 그 울림은 기대에 못 미쳤다. 지난 3~5일 한라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된 극단 공육사의 연극 '순이 삼촌'이다.

이 작품은 제주문화예술재단 우수기획공연 선정작으로 제주에 정착한 공육사의 예술감독인 배우 류태호가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배우와 감독으로 활동하는 방은진이 연극 복귀작으로 참여했고, 마당판에서 제주4·3을 말해온 놀이패 한라산의 배우들이 함께했다.

지난 3일 시연회를 통해 만난 '순이 삼촌'은 최상돈의 '애기 동백꽃의 노래'가 피아노 곡으로 연주되는 가운데 막이 올랐다. 중편 소설인 현기영의 원작을 따라가되 서북청년이었던 고모부와 고모에 얽힌 과거의 사연을 추가해 입체감을 살렸고 3·1절 발포 사건, 4·3 당시 민간인 학살의 주범으로 알려진 송요찬을 등장시키는 등 역사적 배경을 더했다. 4·3의 공감대를 넓히겠다는 의도 속에 시종 무거운 분위기보다 중간중간 웃음을 주며 강약을 조절했다.

방은진이 연기한 주인공 순이 삼촌의 제주 방언은 이질감이 덜했으나 극 중 비중이 적어 보였다. 학살의 현장에서 살아남았으나 30년 동안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었던 순이 삼촌으로 상징되는 제주민의 처절했던 아픔이 극 전반에 스미지 못했다고 해야 할까.

1인 다역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을 이해하더라도 4·3의 진실 규명을 외치는 길수 역의 배우가 과거 4·3 장면에선 악랄한 토벌대로 분해 주요 신을 이끈 점은 몰입을 떨어뜨렸다. 일부 배우의 대사는 객석에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사진, 그림을 활용한 무대 배경은 다소 산만했다. 무고한 넋들이 상상의 섬 이어도에서 안녕하길 바라거나 극의 마지막 "살암시민 살아진다"와 같은 대사를 관객들이 진부하게 느끼지 않고 마음에 닿도록 이끄는 일이 제주에서 연극의 언어로 다시 쓴 '순이 삼촌'의 과제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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