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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톳빛 제주화' 옆 40년 전 만난 유럽 풍경
서귀포시 기당미술관 '변시지 유럽 기행' 기획전
1981년 약 한 달간 여정 작품과 일지 기록 소개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1. 11.10. 14:56:32

변시지의 '로마공원에서 바라본 풍경', 종이에 파스텔.

40년 전 가을, 작가는 유럽으로 향한다. 이탈리아 로마 초대전에 참가하기 위해 10월 5일 한국을 출발해 대만, 홍콩, 태국,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을 거쳐 11월 1일 한국으로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약 한 달에 이르는 기간 동안 그는 작품과 일지로 여행의 발자취를 기록했다. 파스텔로 스케치하거나 수채로 채색한 뒤 저녁에 숙소로 돌아와 여행의 감흥이 깨질까 부지런히 유화로 다시 그려냈다.

서귀포시 기당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변시지 유럽 기행'에 걸린 그림들은 작가의 사생 노트를 꽉 채웠던 그 같은 열정 끝에 나왔다. 기당미술관 한편에 제주를 대표하는 작가인 변시지(1926~2013)의 '황톳빛 제주화'가 상설 전시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 기행'을 통해 그의 또 다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당시 56세였던 화가는 "유럽의 전 도시는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명작들로 가득 찬 거대한 미술관, 아름다운 건축 등에 빠졌다. 이는 작가의 창작열을 지피며 '몽마르트', '로마공원에서 바라본 풍경', '런던 풍경', '파리', '노트르담' 등을 그리도록 이끌었다. 코로나19 시국인 지금은 떠나고 싶어도 떠나기 어려운 곳들이다.

변시지의 '몽마르트 언덕', 캔버스에 유채.

그가 그림으로 남긴 유럽 풍경에도 예의 황톳빛과 먹빛 화면이 등장하고 지팡이를 짚은 사내가 보인다. 바다, 돌담, 초가, 조랑말 등이 있는 제주와 멀찍이 떨어져 있는 그곳이지만 작가의 내면에 자리 잡은 섬의 심상을 떠올리게 된다.

'변시지의 회화세계 연구' 논문을 쓴 안진희 박사는 전시장에 걸린 평문에서 "(변시지는) 일본풍과 서구풍 그리고 모방들을 버리기 위한 치열한 과정을 통해 한국적, 민족적, 창조적 개성을 위한 그만의 작품들을 탄생시켰다"며 "그의 그 오랜 여정 속에 유럽여행 작품들은 그를 진정으로 자신의 작품이 나아갈 길에 대한 확신을 심어준 계기가 된다"고 썼다.

지난달 9일 시작된 전시로 2022년 1월 16일까지 이어진다. 월요일은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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