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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저녁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예술공간 오이의 '4통 3반 복층 사건' 공연이 끝난 뒤 배우들이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진선희기자 창작극이라는 외피를 입혔지만 그 말이 민망해지는 공연을 몇 차례 관람한 일이 있다. '뻔한 이야기'가 주는 실망감이 그 중 컸다. 그런 점에서 예술공간 오이의 '4통 3반 복층 사건'은 제주 연극에 대한 기대감을 회복시켰다. 제목에서 짐작하듯, 제주4·3을 그린 무대극으로 초연을 거듭 보완하며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문화예술진흥원 기획 공연 프로그램에 선정돼 지난 14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두 차례 공연된 작품 중 두 번째 무대에서 만난 '4통 3반 복층 사건'은 대극장(중극장)에 제대로 된 복층 세트를 설치해 오늘의 4·3까지 말하고 있었다. 2018년 소극장 초연 작품으로 극본을 쓰고 연기까지 하는 전혁준은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일곱 개의 단추'(2021)에서 그랬듯이 현재진행형인 과거사의 문제를 드러냈다. 직접적으로 4·3의 비극을 안고 오늘을 사는 이들의 이야기는 아니었으나 과거를 잊고, 생명을 무시하는 오늘을 향해 "부디 살아 있으라" 말했다. 20명 정도의 배우들이 때에 따라 번갈아 출연하는 작품으로 이번 공연에는 김소여(순임, 미래), 전혁준(명석, 상식), 전여경(덕선, 수아), 남석민(대한, 민국), 강영지(무명, 파도)가 극을 이끌었다. 특히 20~30대 배우들이 주역으로 뛰며 결과적으로 연극을 통한 4·3의 세대 전승을 실천했다. 러닝타임 2시간이 조금 넘는 연극은 제주의 어제와 대한민국의 오늘이 어색하지 않게 이어진다. 그 장치는 다소 노골적이다. 영화 '지슬'로 낯익은 동굴 장면이 과거라면, 백수인 주인공의 일상은 현재다. 주인공이 위층 미국인으로 인한 층간 소음에 시달리는 모습은 4·3 속 미국의 책임을 떠올리게 된다. 오늘날 N포 세대의 좌절은 70여 년 전 제주 청춘들의 잿빛 일상과 겹쳐진다. 이 과정에서 비교적 자연스러운 등퇴장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의상 교체 등 변신할 수 있는 틈을 주면서 1인 2역이 시도됐다. 동굴에 몸을 숨긴 4·3피난민들 간의 관계는 현재에서 연인, 선후배 등으로 다시금 연결된다. "철 들었다"처럼 인물들의 대사 역시 때때로 과거와 현재가 맞물린다. 1층과 2층이 분리되었지만 과거 '변소' 신 등에서 '복층'이 재치있게 활용된다. 전쟁 중에도 사랑이 싹 트고 웃음이 번지는 법이다. "밀고 당기는" 연애 작전 등 군데군데 웃음이 터지는데 이는 4·3 당시 황망한 죽음을 목격하는 관객들이 희생자들을 더욱 애도하도록 이끌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순임'이 촛불을 들어 읊조리는 노래에 뒤이은 노래패 동아리 출신인 현재 인물들의 '마른 잎 다시 살아나'는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이런 중에 전체적으로 대사를 빠르게 처리했는데, 일부 배우들은 발음이 분명하지 않았다. 술자리 토크는 '잘 짜여진 각본'보다는 장황하게 늘어졌고, 민간인 학살을 연상시키는 극 중 '상식'의 돼지 도축시설 회상 신은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현재의 '파도'가 "4·3"을 후배 '상식'에게 알려주는 화면 속 장치로 쓴 살풀이 진혼 장면은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관람가 연령을 따로 표시하지 않았으나 극단에서 주최 측에 제출한 기획안에 '전체 관람가'로 제시한 작품임에도 '상식'의 대사 등에서 욕설이 자주 등장하는 점도 재고할 대목이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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