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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제주해군기지 건설차량 막은 활동가 무죄 파기
영상 증거능력 인정 않고 무죄 선고한 원심 법리 오해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입력 : 2021. 11.17. 08:45:06

제주해군기지. 연합뉴스

대법원이 2013∼2014년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며 공사 차량 진입을 막은 활동가·종교인에게 무죄 판결을 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제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13년 4월 서귀포시 강정동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입구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차량의 출입을 10분 동안 막은 혐의를 받았다.

 그는 당시 '해군의 불법 공사는 현행법 위반이다. 경찰은 해군을 체포하라'는 피켓을 들고 의자에 앉아 버티는 방법으로 차를 막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심과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증거로 제출된 영상 CD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재판부는 "CD에 저장된 사본이 처음 촬영된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똑같은 점(동일성)과 원본이 사본으로 저장될 때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점(무결성)이 인정돼야 형사재판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또 A씨가 버티고 앉아 있던 10분 동안 주변에는 경찰관 다수가 방해 행위를 막기위해 대기하고 있었으므로 공사 업체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거나 혼란하게 할만한 위력이 행사되지 않았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사 현장 주 출입구 앞에 앉은 채로 레미콘 차량 등 공사 차량의 출입을 가로막은 A씨의 행위는 차량이 그대로 진행할 경우 인명 피해 가능성이큰 상황을 조성한 것"이라며 "업체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어 "원심은 A씨가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을 행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봐 A씨가 한 자백의 진실성을 담보할 만한 보강 증거가 있는지는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 법원에 환송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 역시 업무방해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천주교 수사 B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비슷한 취지로 파기했다.

 B씨는 2014년 2월 동료들과 함께 강정마을 현장 출입구 중앙에 의자를 일렬로 놓고 앉는 방식으로 공사 차량의 출입을 막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와 B씨의 사건을 함께 심리한 1심은 B씨에 대해서는 "공익을 위해 건설공사 진행에 반대하는 행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정당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채증 자료가 CD 사본으로 제출된 일부 업무방해 혐의는 A씨처럼 무죄로 판단했다.

 2심도 마찬가지였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는 업무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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