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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혜의 편집국 25시] "모르면 어쩔래?"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입력 : 2021. 11.18. 00:00:00
"제대로 해 둬라, 알겠냐?"

"모르면 어쩔래, 팰래?" 견딜 만큼 견뎠고 참을 만큼 참았다. 부아가 부글부글 치밀더니 뚜껑이 열려버렸다. "제발 그 입 좀 닥쳐 줄래"…. 꿀꺽. 하마터면 후회할 뻔 했다. 일순간 온 우주의 인내심을 발휘했고, 혀 끝에서 대기 중이던 욕지거리들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다행이다.

수년 전 일했던 모 업체 사장은 시도때도 없이 나를 포함한 직원들에게 '갈굼'을 행사했다. 약속한 기간이 있어 하긴 해야 했고, 매일 싫은 소리를 들을 생각을 하니 죽지는 않았지만 몰골은 쓰레기였다. 당시 흘리고 마신 눈물과 맥주의 양을 세면 아쿠아리움 수조의 양 만큼은 될 거다.

시간이 흘러도 갑질은 어디에나 있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권한을 남용해 부당한 요구를 행한다면 뭐든 갑질이다. 그 과정엔 모멸적 단어를 날리는 공감의 부재와 무례함이 녹아 있다.

지난 달 행정사무감사 과정에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의 난맥상이 공개됐다. 수의계약과 채용비리 등 셀 수 없는 만행이 공개된 가운데, 수위 높은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했다는 사실이 충격을 더했다.

인간이라면 어떤 경우에서든 마땅히 침범 당하지 않을 영역이 있다. 지위를 이용해 영역을 침범하는 자, 남의 목을 조르려는 자는 자기 관자놀이가 먼저 터질 각오를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남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 자들에게, 당신이 저지른 일의 무게 만큼 악몽을 꾸지 않고는 살 수 없을 거란 사실을 말해두고 싶다.

<강다혜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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