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사회
[현장] 수백 명 5시간 고립… "공무원·경찰 어디있나"
지난 17~18일 도로 결빙..평화로·1100도로 등 고립사고 '속출'
인력과 장비 부족에 관련기관 공조체계도 제 때 이뤄지지 않아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입력 : 2021. 12.22. 19:01:40

지난 17일 밤 도로 결빙으로 평화로에 고립된 차량들. 독자제보

도로 결빙으로 수백 명이 5시간 이상 고립되는 사고가 있었지만, 정작 제주도 공무원과 자치경찰은 이를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설차를 운영하는 제주도는 미흡한 부분에 대해 인정했고, 자치경찰에서는 "업무가 아닐뿐더러 여력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22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18일까지 내린 눈으로 삼각봉 4.7㎝, 어리목 7.9㎝, 서귀포 0.4㎝, 고산 0.9㎝, 새별오름 1.1㎝의 적설량을 보였다.

제주 곳곳에 눈이 쌓이면서 5·16도로와 평화로 등 주요 도로에서는 사고가 속출했다.

실제 지난 17일 오후 2시 25분쯤 5·16도로 마방목지 구간에서 차량 3대가 전도되고, 30여대가 미끄러져 고립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어 17일 오후 7시 30분쯤 1100도로 축산단지와 노루생이 삼거리 구간(양방향)도 도로 결빙으로 차량 수십 대가 고립됐다.

특히 같은 날 오후 6시 40분쯤 평화로 새별오름 구간에서는 눈길 미끄러짐으로 차량 수백 대가 5시간 가량 고립되는 일이 벌어졌다. 신고 내용을 보면 "머리를 부딪혔는데 아기가 타고 있다", "기름이 떨어질까 걱정이다", "재난 상황인데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등 당시의 심각한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문제는 국가경찰에서 협조를 요청했음에도 자치경찰과 제주도가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점이다.

 먼저 5·16도로의 경우 국가경찰이 사고 처리를 위해 일부 구간에 대한 교통통제를 자치경찰에 5차례 요청했지만, "업무가 아니다. 시내권 순찰을 해야 한다"며 거부했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경찰 간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자치경찰 관계자는 "자치경찰은 시내권 도로 교통관리, 국가경찰은 도로 통제와 답사로 업무가 명확히 구분돼 있다"며 "당시 가용인력을 총동원해 시내권 도로에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다. 국가경찰에서 지원 요청을 했지만, 지원 여력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1100도로의 경우 마침 해당 구간을 지나가는 제설차 운전자에게 작업을 요청했지만 "담당구역이 아니"라며 무시한 채 떠났다.

마지막 평화로의 경우 사고가 난 뒤 제설 차량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뒤엉킨 차량 때문에 진입을 못 하고 기다리다 그대로 현장을 떠났다. 국가경찰이 재차 제설 작업을 요청했지만, 도 관계자는 "근무시간이 지났다"고 거부하면서 결국 이튿날인 18일 0시 48분쯤에야 제설 작업이 이뤄졌다.

 도 관계자는 "해당 운전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있다. 기습적으로 눈이 내려 대처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관련 대책을 재수립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한정된 경찰 인력과 장비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관계기관과 협력해 안전을 확보하고 교통통제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하겠다" 고 밝혔다.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