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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도의 현장시선] 탄소중립 기본조례 시급히 제정해야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입력 : 2021. 12.24. 00:00:00
제주도의회가 '제주도 탄소 없는 섬 조성에 관한 조례'를 발의하고 이를 통과시켰다.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CFI2030) 계획 발표 이후 꼬박 10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계획을 뒷받침할 조례가 없다는 문제 제기에는 가만히 있다가 CFI2030을 포괄할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른 조례 제정이 임박해서야 이번 조례를 만든 것이어서 의문을 자아낸다.

이번 조례가 만들어진 시점이 공교롭게도 CFI2030의 전면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이후다. 제주도는 제주연구원에 지역 내 풍력 등 재생에너지 출력제한을 위한 재생에너지 적정보급목표를 제시하도록 했고 그 결과 현재 계획을 그대로 보급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전체 계획을 대폭 하향수정해야 한다고 결론 냈다. CFI2030에 대한 시민사회의 그간의 비판지점과 일치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 기존 CFI2030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 없이 이를 지원하는 조례를 만든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조례는 법적 구속력을 갖추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제주도 에너지 기본 조례'와 중복되는 지점들이 많다. 게다가 조례에는 화석연료와 화력발전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책무도 갖춰져 있지 않을뿐더러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를 확대 보급하는 선언적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심지어 이를 위한 규제완화도 거론하고 있는데 이에 따른 사회갈등도 고민거리다. CFI2030이 도민사회와 소통이나 의견수렴 없이 만들어졌던 것처럼 이번에도 소통이나 의견수렴은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 조례는 단순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조례에 담긴 내용이 대거 반영될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른 탄소중립 기본조례가 제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법률에 따라 지방정부의 탄소중립 책무는 확대 강화됐다. 또한 지역의 특성과 현황이 반영된 강화된 새로운 계획과 대책이 수립되고 시행돼야 한다. 이를 반영할 새로운 조례가 필요하고 여기에 당연하게 CFI2030 등 기존 제주도의 기후위기 대응계획과 정책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러는 사이 경기도를 비롯해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미 행정과 의회, 시민사회와 합심해서 논의와 토론을 이어가는 등 조례 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한반도 기후위기의 최전선인 제주도는 이런 작업을 찾아보기 힘들고 엉뚱한 곳에 힘을 쓰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적인 구호나 장밋빛 환상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과 통계에 근거한 기후위기라는 실체에 현실적이고 효용성있게 대응하는 것이다. 또한 탄소중립 과정에서 배제당하는 사람, 계층, 부문, 지역이 없도록 정의로운 전환에 힘을 모으는 것이다. 그 시작이 탄소중립 기본조례의 제정이다. 부디 조례 제정이 더 늦어지지 않도록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시민사회와 손잡고 기후위기 대응에 청사진을 내놓을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당부한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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