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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언의 건강&생활] 코로나 블루, 청년들이 위험하다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입력 : 2021. 12.29. 00:00:00
지난 8일 경찰청에서 발표한 '2020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전체 자살은 1만 2776건으로 2019년 1만 3367건에 비해 줄어든 반면 우울증 등의 정신적 문제로 인한 자살은 4905건으로 최근 10년 새 가장 많았다. 지난해 전체 자살 중 정신적 문제에서 비롯된 자살이 차지하는 비중은 38.4%로, 2011~2020년 평균 비중 31.9%와 비교했을 때 무려 6.5%포인트나 크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회경제적 요인의 변화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자살의 원인은 복합적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로 단정 지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코로나19 이후 경제적 상황이 악화된 사람들이 많아졌고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생활에 제약이 따르면서 우울의 문제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사람은 83만 1830명으로 2016년 이후 가장 많았다.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인원도 126만 9756명으로 2019년 87만 8890명에 비해 44.5% 증가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우울 등의 정신적 문제가 자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인다.

2019년 대비 2020년의 전체 자살률은 감소했으나 10대에서 30대의 자살률은 각각 9.4%, 12.8%, 0.7%로 오히려 증가했다. 보통 10~30대는 정신건강 문제, 40~50대는 경제적 문제가 자살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우울 증상, 이른바 '코로나 블루'가 젊은 세대의 자살률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코로나19 초기에 전문가들이 코로나 블루가 자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우려했는데 이것이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난 것이다.

제주도의 경우 2020년 전체 자살률은 전국 2위로 상당히 심각한 편이었다. 특히 가장 도드라지는 부분은 청소년(9~24세) 자살로, 2019년 기준 전국 1위를 기록하기도 할 정도로 제주 사회의 큰 문제이다. 청소년은 코로나19로 사회적 관계의 감소 정도 등이 아주 큰 연령대이기에 코로나 블루에 특히 취약하다. 더불어, 2015년부터 청소년 자살률이 증가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제주도 청소년의 정신건강 및 자살 문제가 심히 우려된다.

경쟁 분위기 속에서 젊은 세대가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우울증 등의 정신 질환을 많이 앓게 됐다고 분석하는데, 코로나 블루의 영향으로 젊은 세대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진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젊은 세대와 취약 계층 등 고위험자를 대상으로 한 선택적 예방에 더 큰 노력이 필요하고, 자살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우리 사회가 빠르게 발견하고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겠다. 주위를 살피는 따뜻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때이다. <강지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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