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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두 번 오른 열정… 300여 년 전 제주 모습 생생
국립제주박물관 첫 고전총서로 이익태의 '지영록' 번역 출간
제주목사 제수 후 부임 과정 일기와 하멜 등 14편 표류기 구성
'제주 최초 인문지리지'… 번역서에 4만 2000자 한자 원문 실어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2. 01.18. 15:28:03

국립제주박물관 소장 '지영록' 내지. 하얀색 테두리 부분은 '서양국표인기'(서양 사람 표류기). 사진=국립제주박물관.

제주목사를 역임한 이익태(1633~1704)가 재임 기간 중의 업무와 행적, 제주 관련 역사를 기록한 '지영록(知瀛錄)'. 제주도의 문화와 지명 등의 연원을 이해하는 데 실질적이고 중요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고 외국인의 표류 상황에 관한 기록을 통해 조선시대 표류민 정책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책으로 사료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8년 '이익태 지영록'이란 명칭으로 국가문화재인 보물로 지정됐다.

2002년 이익태의 후손으로부터 '지영록'을 기증받아 현재 기획전시실에 공개하고 있는 국립제주박물관이 첫 번째 고전총서 시리즈로 578쪽 분량의 '제주 최초의 인문지리지-지영록'을 펴냈다. '지영록'은 앞서 1997년 제주 한학자인 김익수 선생의 번역으로 제주문화원에서 처음 번역본이 출간됐고 2010년과 2019년 증보판이 나왔다. 국립제주박물관은 이번에 일반인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되도록 쉬운 문장으로 풀었고 감수와 윤문을 강화해 정확성과 가독성을 높였다. 제주십경 화첩, 탐라순력도 도판과 현재 모습을 촬영한 사진도 더했다. '제주목사 이익태의 생애와 업적' 등을 다룬 논고, 약 4만 2000자의 한자를 일일이 입력해 디지털화한 원문, '지영록' 원본 사진도 덧붙였다. 감수와 번역은 서광덕 부경대 HK교수와 김경아, 전영숙, 안재연, 고인덕 등 5인이 맡았다. 이들은 번역 과정에서 필사본 '지영록'의 앞쪽에 삽입된 글들이 전반적으로 습작 내지 다른 사람의 글을 일부 베낀 것으로 추정된다며 저자가 이익태인 것이 확실한 '지영록서'부터 우리말로 옮겼다.

'지영록'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는 1694년 5월 2일에서 1695년 11월 13일까지 약 1년 6개월 동안의 일기로 이익태가 제주목사로 제수받은 후 한양에서 육로와 해로를 따라 제주에 도착하기까지의 여정 등을 담았다. 일기 속에는 귤림서원, 문묘, 홍화각 등의 중건과 관련한 기록이나 제주와 관련한 제문과 상소문 등이 들어있다. 이익태가 선별한 제주의 10경을 쓴 문장도 보인다. 후반부에는 제주인 표류기와 관련 기록 3편, 외국인 표류기 11편 등 14편의 표류기가 실렸다. 이는 이익태가 부임하기 이전인 1652년부터 1693년까지 사건이 발생한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다. 이 중에서 주목할 표류기는 '하멜 표류기'로 잘 알려진 '서양 사람 표류기'와 '김대황 표해일록'이다. 두 글은 조선과 외국이 서로를 어떻게 인식하였는지 드러나는 것만이 아니라 아시아에서 표류민이 발생했을 때 조사 과정이나 표류민에 대한 구휼과 배려, 송환까지 하나의 체계화된 국가 간의 공식적 처리 방식을 알려준다.

이재열 국립제주박물관장은 발간사에서 63세에 노령의 몸으로 한라산을 두 번이나 올랐던 이익태의 일화를 전하며 "이런 열정이 있었기에 지영록은 300여 년 전의 제주도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적었다. 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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