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지난 1월 12일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 두 편이 같은 날 한국 극장가를 찾았다. '글래디에이터', '델마와 루이스', '마션' 등을 연출한 리들리 스콧의 '하우스 오브 구찌'와 '쥬라기 공원', '라이언 일병 구하기',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의 작품을 만든 스티븐 스필버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그 두 작품이다. 1937년생인 리들리 스콧과 1946년생인 스티븐 스필버그는 시네필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큼 대중적인 인지도와 호감도가 높은 감독들이다. 리들리 스콧은 1977년에, 스티븐 스필버그는 1964년에 데뷔작을 발표했으니 두 감독 모두 40년 넘게 영화 인생을 살아오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또한 두 감독 모두 아카데미 시상식의 트로피를 여러 차례 거머쥐었고 전세계 박스오피스를 호령한 작품들도 한 두 작품이 아닌 명실상부한 거장들이다. 관객들이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의심을 갖지 않게 만드는 신뢰감은 아무나 갖을 수 있는 영광이 아닐 텐데 이 두 감독의 행보는 놀라움을 넘어 존경심이 들게 만든다. 특히 두 감독의 전작들인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와 '레디 플레이어 원'은 각각 '리들리 스콧'만이 하는 것, '스티븐 스필버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담아낸, 영화 팬들에게는 선물과도 같은 작품들이었다. 1주일 사이에 두 감독의 신작들을 극장에서 관람했다. 신뢰와 기대를 너무 크게 마음에 담았던 것일까. 두 편 모두 아쉬웠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2시간 30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 안에 두 감독의 이름 만큼이나 유명한 소재들을 다루고 있었다. 리들리 스콧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구찌' 가문의 스토리를, 스티븐 스필버그는 뮤지컬의 클래식으로 불리우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선택했다. 두 편 모두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를 지닌 것도 공통점이다. 안정된 연출, 매끄러운 편집 그리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는 훌륭하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이라 불리는 수많은 시상식들에서도 두 편 모두 다양한 부문에 후보 지명되며 그 작품성을 인정 받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흥행 성적은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자국인 미국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관객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개봉 2주차에 접어 드는 시점에서 두 작품 모두 국내 관객은 10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이름값에는 못 미치지만 무난한 평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하우스 오브 구찌'에 비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는 심각할 정도로 좋지 않다. 대중성의 한 지표라고 볼 수 있을 포털 사이트와 멀티 플레스의 평점 모두 6점대를 형성하고 있을 정도다. 조금 의아한 것은 두 감독 모두가 이를테면 아트 필름을 만들어 온 이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리들리 스콧의 '마션'은 500만에 가까운 국내 관객을 동원했고 스티븐 스필버그 또한 근작인 '레디 플레이어 원'으로 200만을 웃도는 관객을 모은 바 있다. 이른 바 대중성을 이미 확보한 두 감독들이 작품이 왜 2021년 대중들에게 좋지 못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일까. 이름에 값 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이토록 아쉽다는 투정은 어서 다음 작품을 보고 싶다는 뜨거운 응원이다. 두 거장의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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