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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엽의 한라시론] 30년 소회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입력 : 2022. 02.17. 00:00:00
북방외교가 한창이던 1992년, 생각하는 정원은 농부 성범영에 의해 1968년부터 제주도 한경면 저지리의 황무지를 개간한 자리에 분재예술원이란 이름으로 개원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듯이 세 번이나 변했다. 개원 초기인 1999년에는 IMF와 더불어 기초 체력이 약해 엎어지기도 했지만 2005년에 회사를 회복하고 오뚝이처럼 일어나 새롭게 뛰었다. 항상 농부의 고향인 농업으로 돌아가고자 민간 정원과 농촌 융복합산업 인증사업자 인증도 받았다.

처음 시작했던 20대 청년은 장년을 지나 백발의 노인이 됐지만 한결같은 마음으로 54년 동안 이 정원을 만들어왔고 지금도 다듬고 있다. 어느덧 30년을 함께 한 아들 역시 많은 난관과 우여곡절을 겪으며 어느덧 정원의 품 안에서 60을 바라보고 있다. 세상의 고정관념과 싸우며 불굴의 의지와 열정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을 만든 부친과 달리 세상 물정 아무것도 모르던 아들은 그동안 큐레이터가 되고 세일즈맨이 돼 살림을 맡아야 했고 방문하시는 분들에게 더 깨끗한 정원, 맑은 연못을 보여드리기 위해 청소부가 돼 정원의 낙엽과 연못을 청소하고 있다.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다고 푸념하는 아들이지만 부친이 이룬 소중한 정원을 다음 세대에 제대로 넘겨주는 것이 사명이라 느끼며 한 걸음 한 걸음 초석을 다지며 나아가고 있다. 아버지는 이끌고 아들은 따르는 과정에서 때론 부딪치며 이견을 보여도 부자는 30년 동안 생각하는 정원을 함께 만들고 지켜왔다.

2011년 비밀의 정원과 2015년 전망대를 새로 신축하고 중간 중간 작은 정원들을 보완하며 최근에는 향나무 정원도 새로 만들었다. 위기에서 기회를 찾으며 2022년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외국인 방문객이 급감한 상황에서 뷔페식당까지 고위험군 시설로 지정돼 다른 곳보다 가중된 피해가 30년 운영 동안 최고의 난관이었지만 생각하는 정원은 코로나 팬데믹의 상처를 반드시 극복해 낼 것이다. 수많은 풍상에 고태미를 더해 품격을 높여가는 나무의 숙명처럼 진실한 모습으로 묵묵하게 견뎌내며 오래오래 동안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사색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일부지만 100년 대계의 초석을 다져놓은 생각하는 정원은 기본의 철저함과 투명한 경영을 통해 제주와 한국의 자랑이 돼 갈 것이다.

생각하는 정원은 외부 투자를 받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의 뜻이 오래오래 남아있기 위해서는 외부 투자 없이 가족기업으로 독립경영을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누구에 의해 상업화로 달려가기 보다는 이 정원을 방문하는 분들이 어머니 품에 온 것처럼 진실과 따뜻한 마음으로 방문하시는 분들의 마음과 몸을 쉬게 해주고 싶다. 개인의 힘, 가족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었던 것을 이곳까지 이끌고 오는 동안 많은 분들의 격려와 응원이 있었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의 사랑과 격려를 부탁드리고 싶다. 그리고 저는 정원이 영혼을 깨우는 도구로 사용된다는 말을 가슴에 담고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정원의 품에서 여러분과 함께. <성주엽 생각하는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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