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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병의 목요담론] 새 정부는 새처럼 섬세함과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입력 : 2022. 03.10. 00:00:00
대선이 끝났다. 세상이 바뀔 것 같았지만, 봄바람은 멈추지 않는다. 코로나 위험지수는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우르르 몰려다니는 군중이 소강상태로 들어가서 다행이다. 언제부터인가 유권자들은 지도자의 입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때뿐이라는 생각이 일상화돼 버렸다.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내놓아도 나무라거나 화내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정치인들의 흑백 진영논리에 매몰돼 편 가르기에 동참하는 버릇이 몸에 배었다.

새들도 그럴까. 새들은 아무 데나 내려앉거나 둥지를 틀지 않는다. 새는 하늘을 나는 것만으로도 존엄의 대상이지만, 미래 세대의 안위를 위해 더 안전하고 평화로운 곳을 세심히 살핀다. 큰 무리를 비행하는 데도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배려하며, 경쟁하면서도 어린 새를 먼저 챙긴다.

제비들이 돌아왔다. 흥부와 놀부를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제비는 중국 남부에서부터 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겨울을 보내고, 봄에 번식지로 온다. 제비는 귀소성이 강해 예전 틀었던 둥지를 보수해 재사용하는 경향이 있으며, 어떤 곳엔 아파트 모양으로 층층이 쌓기도 한다. 농경법과 주택 구조가 바뀌면서 제비들이 적당한 보금자리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둥지 재료인 지푸라기나 진흙을 구하는 것도 큰일 중에 하나다. 그런 연유로 제비는 건물구조와 둥지 재료 유무가 둥지 선택의 핵심 변수이다. 특히 천적의 위험으로부터 알과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사람이 거주하는 가옥의 처마를 선호한다. 그러니 제비로선 집주인의 성품을 세밀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비가 그 집에 그 동네에 오는 이유가 분명하다.

대섬에 머물던 저어새는 고향으로 떠나기 시작했다. 저어새는 백로처럼 암수 모두 깃털이 흰색으로, 남북을 오가는 평화의 상징이다. 낮엔 잠을 자며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수면에 방해받지 않는 곳을 찾는다. 주로 성산포 등 동쪽에 머무는 경향이 있으며, 개체수가 증가하면서 점차 서쪽으로 확산하는 추세이다. 최근 조천읍 대섬도 저어새의 중요 월동지가 됐다. 도로변과 가깝지만, 먹이활동과 수면에 큰 지장을 받지 않는 게 이유이다. 백로류, 오리류도 많이 찾는 장소이며, 올해는 왜가리도 첫 번식을 시도하고 있다. 저어새는 가장 평화로운 곳을 월동지로 선택하기 때문에 갓 태어난 새끼들도 어미로부터 좋은 정보를 듣고 제주로 올 것이다.

새로운 대통령을 뽑았다. 어느 때보다 전국 곳곳을 누볐고, 국제 정세를 살폈다. 어느 동네에 무엇이 간절히 필요한지, 누가 가장 위험에 놓여 있는지 약속을 했다. 시민들의 주머니를 두툼하게 지원하는 시의적절성과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안 보고도 본 듯, 듣지 않아도 진심으로 공감할 줄 아는 대통령이어야 한다. 양극화 해결을 위해 덕을 쌓는 제비와 평화를 사랑하는 저어새처럼, 새 정부는 혼선, 혼돈보다 유권자의 선택을 존중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예측 가능한 시대를 열어야 한다. <김완병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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