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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주의 제주살이] (33)택시 드라이버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입력 : 2022. 05.10. 00:00:00
카카오택시를 모는 우리마을 고씨는 쉬는 날이면 다랑쉬오름을 오른다. 거의 그렇다. 택시 안에 앉아 하루를 보내는 사람에게 오름 오르는 일은 뼈를 펴주고 관절을 부드럽게 해주며 심장을 바로 뛰게 해주고 긴장된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일일 것이다. 무엇보다 헐거운 자유라고도 할, 진심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기도 할 터이다.

다랑쉬오름을 같이 오른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고씨는 정상에 다다르면 마치 하늘에 대고 하듯 평소 안 하던 말을 한다. 오늘은 카카오모빌리티가 돈 다 벌어간다는 푸념을 했다. 한 달 3만9000원씩 카카오 사용료를 내고 호출과 연동된 핸드폰 사용료로 6만원 정도가 지출돼 매달 10만 원가량이 자동 결제된다고 한다. 거기다 카드 수수료 빼먹지 카카오 좋은 일만 시키고 있다며 카카오에 대해 쓴소리를 한다. "고만 안장 돈 벌어머검수게."

사회적거리두기가 해제됐지만 법인 택시 기사들의 수는 오히려 쪼그라들었고, 제주에 단체 관광객들이 다시 몰려온다지만 그들은 대개 관광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택시 기사들에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 개별 관광객이 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젯밤엔 오랜만에 꿈을 꾸었고, 꽤 오래 꿈을 꾸지 않았는데, 택시가 등장하는 꿈은 처음이라며 이상하게 택시를 그만둘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했다. 어쨌거나 그는 말한다. "일확천금을 꿈꿀 수 없는 그야말로 가장 정직한 노동이 택시 운전이다."

택시는 폐쇄되고 한정된 소외의 세계이자 문명사회를 상징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세상 풍경을 한바퀴 도는 것이지만, 택시 드라이버란 또한 고독한 현대인의 적절한 캐릭터이다. 때로 외로운 마음은 세상 풍경에 의해 여러 색채로 바뀌고, 우중에 빗물이 흘러내리면 차창과 눈에 반사되어 나타나는 왜곡된 거리 풍경은 내면의 어두움에 사로잡히는 시간일 것이다. 그나마 택시를 해서 먹고 살고 아이들 키워 사람 만들었으니 택시가 자신의 꿈이었다고 딱 잘라 말해도 무방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불평불만 없이 열심히 했지만, 그래도 고생이란 즐거운 게 아니지 않느냐는 말을 덧붙인다.

다랑쉬오름의 가파르고 좁은 길을 다 올라가면 분화구 둘레길에 서서 눈 앞에 펼쳐지는 제주의 풍광을 본다. 매번 감탄하면서 보지만, 왜 먼 것을 간절히 부르는 심정이 되는지는 잘 모른다. 다랑쉬오름은 오르기에는 높고 가파르되 산세가 가지런하고 균형이 잡혀 '오름의 여왕'이라 할 만큼 우아하다고들 한다. 인간 세상에서 무엇이든 아름다움이란 쉽지가 않다. 분화구 안으로 큼직한 달이 빠져들어가는 강요배 화가의 '다랑쉬' 그림이 마음 한쪽에 환하게 떠오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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