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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5살 오누이가 본 4·3 "지옥과 마찬가지"
31일 군사재판 피해자 30명 무죄… 130명째
"7살·5살·3살·생후 엿새 아기가 뭘 알았겠나"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입력 : 2022. 05.31. 15:37:36

지난 3월 제주지방법원 4·3재판부의 재심 재판에서 희생자 유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라일보DB

제주4·3 군법회의(군사재판) 수형인 직권재심에서 130번째 무죄 선고가 나왔다.

제주지방법원 제4-2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군사재판 수형인 30명에 대한 직권재심에서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3월 29일 40명을 시작해 이날 재판까지 총 130명의 군사재판 수형인이 억울함을 푼 것이다.

4·3 당시 군사재판을 받은 인원은 2530명으로, 1948년에서 1949년 사이 내란죄 혹은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군경에 체포돼 형무소에서 수형생활을 하거나 총살 당했다.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이날 재판을 받은 30명도 모두 행방불명 혹은 사망해 유족이 대신 법정에 참석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1948년 군경에 끌려가 행방불명된 양재춘씨의 자녀 양정자, 양영생씨가 증언에 나섰다. 당시 이 오누이의 나이는 7살과 5살이었다.

먼저 양영생씨는 "아버지는 형무소에서 보낸 '돈 좀 보내달라'는 편지를 끝으로 소식이 끊겼다"며 "어머니는 아버지 없이 12명의 식구를 건사해야 했다. 이 때문에 어머니도 47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떴다"고 말했다.

장 부장판사가 양정자씨에게도 소감을 물으니 "그때 내 나이가 7살이었고, 밑으로 5살, 3살, 생후 엿새 된 갓난아이 3명이었다. 그 어린 것들이 뭘 알았겠나. 설사 말한다고 누가 받아주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지옥이나 마찬가지인 삶을 살았다"고 설명했다.

무죄 선고를 마친 장 부장판사는 "오늘 판결로 30명의 억울함이 조금 풀리길 바란다. 유족들도 이제는 좀 편해지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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