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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정의 목요담론] 함께 나누는 문화예술, 메세나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입력 : 2022. 06.02. 00:00:00
며칠 전 모 대기업이 몇 년째 제주사회에 사회공헌기금을 기탁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코로나19 후유증을 회복시키기 위한 모든 노력이 요구되는 어려운 시기에 문화예술분야까지 지원됐다는 소식을 듣고 절로 미소가 나왔다. 과거에도 재외도민이나 기업가들로부터 지원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문화예술분야를 지원한다는 것은 의미가 매우 크다. 최근 10여 년 사이 문화융성, 생활문화란 용어가 주요 국정과제로 반영됐다. 이는 문화향유가 일상생활로 이어지는 본격적 시작을 의미한다. 비록 정부나 지자체에서 문화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문화예술이 경제성장과 동반된 주요 소비매개체로서의 역할은 매우 커졌다. 이런 사회적 요구에 따른 문화예술산업과 예술활동의 성장기회가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 펜데믹 때문에 멈추게 됐고 문화예술 관련 소상공인들의 피해로 고스란히 남게 됐다.

제주에서 문화예술 지원 방식 중의 하나는 메세나 지원이다. 메세나란 기업이 문화예술 활동에 자금이나 시설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절 정치가였던 마에케나스의 프랑스 발음이 메세나인데, 당대 예술가들과 친목을 다지며 예술부국을 이끌었다는 데서 유래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메세나는 15~16세기 메디치 가문의 당시 은행가였던 코시모 데 메디치가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등을 후원해 르네상스를 주도했고 국가를 부흥시키게 하는 시발점이 됐다는 것에서 오늘날에도 기업후원을 말할 때 쓰여지고 있다.

제주에서 메세나는 2010년 모 도지사 후보의 공약에서 출발했다.

당시 메세나라는 것을 처음 접할 때만 해도 전국 한 두군데를 제외하고는 성공했던 사례가 없었다. 예산만 낭비할 수 있다는 실효성 여부를 두고 많은 논란도 제기됐다. 그리고 이미 재일동포 등이 지역발전 성금으로 소규모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해 주던 사례도 많았던 터라 당시 도정의 치적에 숟가락을 얹히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전국에서 3번째로 법인체를 만들어 빠르게 정착하면서 공식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 투자 기업들은 이 메세나를 통해 지역 환원 사업의 하나로 지역 예술인들에게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활동 창구로 자리잡았다.

문화예술활동은 사회복지와 여가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현실에 있어 문화예술활동 지원은 매우 열악하다. 특히 제주 경제산업구조는 76% 이상이 3차 산업이며, 그중 92%가 5인 이하 사업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여건에서 많은 기업이 메세나에 참여하기보다는 몇몇 기업에 의한 소규모 지원이라는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메세나 등을 통한 기업인들의 지원을 독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기업인들이 제주에서 동반성장으로 안착 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지원도 필요해 보인다. <오수정 한산부종휴선생기념사업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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