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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없어서도, 보여서도 안 되는] (1)프롤로그
제주경제 버팀목 1차 산업 외국인 근로자 없인 '존립 불가'
농·어촌 인력 고령화, 내국인 기피 '3D' 일자리 외국인 근로자 몫
"제주 경제를 이끌어가는 건 합법 노동자가 아닌 불법 노동자"
코로나19 2년 간 고용주-인력난, 외국인 근로자-열악한 처우 호소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입력 : 2022. 07.04. 17:37:36

지난 3일 제주시 한림읍 소재 한림항에 정박된 선박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강희만기자

[한라일보]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수산업 자체가 성립되기 어려운 실정에 처해 있다"

제주 최상위 종합계획인 제3차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에 담긴 말이다. 수산업 뿐 아니라 제주의 1차산업은 이미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작동이 어렵게 된 것이 현실이다.

제주 1차 산업의 지역내총생산 비중은 8.8%로 전국 대비 4.9배 가량 높아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도내 농·어촌 노동 인력은 소멸 직전에 놓였고,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3D' 일자리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빠르게 메웠다.

최근 무사증 제도와 제주국제공항 국제선이 재개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외국인 관광객이 무더기로 잠적하는 사건이 잇따랐다. 불법 취업이 목적이었다.

코로나19로 막혔던 무사증과 국제선 재개에 따른 경제적 효과와 기대감이 관광업계로 쏠려 있었지만, 관광업계만큼이나 하늘길이 뚫리기를 기다렸던 이들은 1차 산업 종사자와 사설 인력 중개업소들이다. 합법 외국인 인력 수급 경로가 사실상 막힌 데다, 농·어촌 인력 공급의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 수까지 급감했기 때문이다. 잔존한 인력들의 몸값은 그만큼 치솟았다.

제주도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비전문취업(E-9)과 방문취업(H-2)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 수는 2019년 3310명에서 2020년 2531명, 지난해엔 2035명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 대비 약 38%가 감소한 것이다. 미등록 외국인 수는 2019년 1만4000여 명에 달했지만 올해 1만여 명 안팎으로 급감한 것으로 추산됐다. 또 코로나19 이전 일일 7만~9만 원이었던 일당은 일일 약 13만~15만 원으로 불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 경제를 이끌어가는 건 합법 노동자가 아닌 불법 노동자"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전문가들과 1차산업 종사자, 인력 알선업체 관계자들이 묘사한 제주 외국인 인력 수요의 현실이다.

고용허가제와 계절근로자 등 합법적인 경로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농가에선 단기적 일손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대개 합법보다 불법을 선호한다.

또 고용주들은 업종 별 주무부서가 각기 다른 데다 복잡한 절차, 점수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한다. 온갖 절차를 밟아 합법적인 구인에 성공한다 해도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제주 사회에는 '고용주-미등록 외국인 근로자-인력 중개업소(브로커)' 구도의 산업 사슬이 형성되어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취재 과정에서 현장을 찾았다. 고용주들은 인력난 잦은 이탈, 높아진 임금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임금 체불과 지연, 높은 노동 강도와 열악한 처우 등을 호소했다.

탄력적인 이주민·비자 정책과 인력 수급 방식으로의 전환이 없다면 무사증을 악용한 불법 취업 사례, 고용-이탈-고용-이탈의 악순환은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차산업이 존립하는 한 외국인 근로자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날벼락처럼 발생한 전염병은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한 제주 1차산업 인력 구조의 민낯을 드러냈다. 내국인이 기피하는 업종에 외국인 노동력을 불법과 편법으로 메우고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제주 경제 주체로 대우하기 위한 처우 개선, 탄력적인 무사증 제도 운영, 외국인 지원조직 설치 등을 제언했다.

본보는 해양·수산분야, 농·축산 분야 등 1차 산업 내 등록·미등록 외국인의 현황과 고용 실태, 관리 체계 등 업계의 현실에 이어 정책적 보완점까지 수차례에 걸쳐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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