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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없어서도, 보여서도 안 되는 (2) 농어촌 '인력 전쟁'
지금 농·어촌은 '인력 전쟁'.. "미등록자 고용 전화 한 통이면 OK"
대다수 사업장 외국인 근로자 고용 "앞으로도 지속 고용할 것"
고용허가제·선원취업제도 등 있지만 고용 과정 복잡·인력 부족
농어촌지역 "미등록 외국인,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채용 가능"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입력 : 2022. 07.11. 17:50:12
■ 외국인 근로자 어떻게 고용되나

[한라일보] 농·수·축산업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이주 제도는 크게 고용허가제(비전문취업·E-9), 방문취업(H-2), 선원취업(E-10), 외국인 계절근로자(E-8), 단기취업(계절근로자·C-4) 등으로 나뉜다.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근로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표적인 제도다. 비자 세부 유형 별로 제조업, 농축산업, 어업, 건설업, 서비스업 등으로 제한돼 적용되며 최대 4년 10개월 간 국내 체류가 허가된다. 고용주가 고용복지센터에 외국인 고용허가를 신청하면 여러 절차를 거쳐 사업장에 최종 배치되는 방식이다.

계절근로자 제도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희망하는 농가·농업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 농가 당 3~5명 가량 배정할 수 있으며 90일 간 체류가 가능하다.

어선어업의 경우 선박의 크기에 따라 20t 미만 어선은 고용허가제(E-9)를 통해, 20t 이상 어선인 경우 외국인선원도입제도(선원취업비자·E-10)를 통해 고용이 이뤄진다. 동일한 외국인 선원이지만 어선의 크기에 따라 담당 부서가 다른 것이다.

■ "제도권 안에선 인력난 해소 불가… 미등록은 전화 한 통이면 OK"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일손이 부족하다. 체류 자격을 갖춘 외국인 근로자만으로는 운영이 불가능한 도내 1차산업의 노동 구조와 제주 무사증 제도가 연결되면서, 제주에는 등록보다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기형적인 노동 시장이 형성돼 있다.

사업장에서 미등록 외국인을 선호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정식 고용 절차를 거쳐서는 필요한 인력 수를 충족할 수 없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고용허가제와 계절근로자제도를 통해 고용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 수는 많아봐야 최대 5~6명인 데다, 영농 규모에 따라 정해진 근로자 수를 초과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대기 기간이 길어 필요한 시기에 인력을 수급받기도 어렵다. 특정 업종의 경우 계절성이 있어 시기에 따라 외국인 고용 수요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도 불법에 손을 대도록 부추긴다.

농어민들은 미등록 외국인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쉽게 고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 어디서 어떻게?

이렇게 인력이 부족한 사업장은 미등록 외국인의 잠재적 취업 장소가 된다. 미등록 외국인과 그들을 관리하는 인력 중개업소 사이에선 이미 하나의 네트워크 혹은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장에서 '반장'으로 불리는 인력 중개업소 혹은 브로커 1명이 적게는 10명 내외, 많게는 100명 이상의 미등록 외국인을 관리하며 사업장에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육지에 있는 미등록 외국인을 단체로 제주도에 데려오는 방식으로 고용이 이뤄지기도 한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인력의 제주 유입이 차단되자 도내 잔존한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선 '몸값 담합' 현상이 벌어졌다. SNS 등을 통해 앞다퉈 인건비를 공유하고, 그에 맞춰 각자 사업장에 인건비 상승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당장 일손이 필요한 고용주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높은 가격에 이들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 고용허가제(E-9)로 입국한 외국인의 경우 지정 업종에서 사업장의 허가 없이 다른 사업장으로 옮기면 미등록 신분이 되는데, 이를 감수하고라도 더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지정 근무지를 떠나는 경우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산업 현장의 정확한 현장 인력 수요를 파악하기도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에서 추정하는 미등록 외국인 수는 주로 무사증 제도를 통해 입국한 이후 출국하지 않은 숫자를 집계한 수치다. 체류 기간 내 불법 출도하거나, 체류 기간을 벗어나 타지역으로 이동해 잠적한 통계 산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현재 농어촌에 고용된 외국인 근로자 수는 물론, 현장에서 필요한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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