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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연의 문화광장] 눈으로 보는 티핑포인트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입력 : 2022. 07.12. 00:00:00
[한라일보] 쉼없는 비가 시원하게 내리는 장마는 가장 좋아하는 계절인데, 제주는 올해 이 계절을 건너뛰는가보다. 시원한 비를 궁금해한 대가는 때 이른 폭염이었다. 지구가 정말 뜨거워진걸까 궁금해하며 일상을 보내던 제주의 6월, 미술인들은 모두 유럽에서 모였다. 베니스비엔날레와 아트바젤, 카셀도큐멘타 등의 유럽기반 국제미술행사들이 순차적으로 오픈했기 때문이다. 베니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늘 빙하가 녹아 수위가 올라가면 가장 먼저 물에 가라앉을 것이라 예상하는 이 물의 도시는, 다행히 아직 건재하다. 섭씨 0℃에서 고체인 얼음이었다가, 1℃가 되면 액체가 되는 물의 성질은 새삼 신기하다. 0℃에서 단지 1℃만 올라가도 위험해지는 이 티핑포인트를 가시적으로 보여준 작가도 있었으니, 바로 지금 한국에서도 개인전을 가지고 있는 올라퍼 엘리아슨이다.

엘리아슨의 대표작은 테이트모던의 터빈홀에 거대 태양을 띄운 작품이다. 단순히 어떤 날씨나 기후를 미술관 안이나 밖에 환상적으로 재현해내는 건 엘리아슨에게 가뿐한 일이다. 여기에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들이 그의 이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1998년부터 2001년 사이 베를린, 도쿄, 스톡홀름 등에서 진행한 '초록빛 강' 프로젝트는 환경에 무해한 형광 염료인 우라닌을 활용해 도심의 강을 형광 녹색빛으로 물들인 작품이다. 매일 보던 일상의 풍경이 강의 빛깔이 바뀌면서 하루아침에 달라진 모습을 본 시민들은 놀라워했다. 매일 마주하던 자연의 존재를 상기하고, 환경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됐다.

■엘리아슨의 '초록빛 강' 프로젝트에 놀란 시민들

2015년에는 지질 학자와 함께 그린란드의 빙하 덩어리를 코펜하겐과 파리로 옮겨 전시한 '아이스 워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작품이 바로 기후 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었다. 얼음에서 물로,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는 과정을 출퇴근길의 시민들이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2019년 UN기후 행동 정상회담 친선대사로 임명된 엘리아슨의 활동반경은 기업이든 공공미술 프로젝트든 미술관의 전시로든, 그 방식은 달라도 세상을 변화시키는 시사점을 '시각적으로' 제공한다는 기치 아래 계속 확장된다.

2019년 9월 20일부터 27일까지는 국제 기후 파업 주간이었다. "지구의 온도 상승이 1.5℃를 넘어설 때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시작되고, 우리에게 남은 온도는 0.5℃ 뿐"이라며 전세계 400만 명이 기후비상사태를 선언하는 집회를 열었다. 2019년 11월 5일에는 세계 153개국 과학자 1만 여명이 '바이오사이언스'지에 지구가 기후 비상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왜 모든 예가 2019년인고 하니, 2020년과 2021년은 지구인 모두 팬데믹을 시간을 보내며 인간들이 모이는 어떤 집회도 할 수 없었기 때문. 사람이 살기 적합하지 않아지는 환경의 가장 큰 알람이 코로나 팬데믹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나연 제주도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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