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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35㎝ 태아 나오자 '탄식'… 상괭이의 비극
19일 제주대·서울대 등 해양포유류 부검 실시
임신 중반쯤 질식해… 어선 그물에 폐사 추측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입력 : 2022. 07.19. 16:10:49

제주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등은 19일 제주시 한림읍 한국수산자원공단 제주본부에서 '해양포유류 부검교육'을 실시했다. 이상국기자

[한라일보] 어미 배에서 꺼낸 핏덩이의 불투명한 막(膜)을 거둬내니 부검에 나선 학생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상괭이 새끼가 나왔기 때문이다.

제주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등은 19일 제주시 한림읍 한국수산자원공단 제주본부에서 '해양포유류 부검교육'을 실시했다. 최근 제주에서 발견된 상괭이와 남방큰돌고래 등 해양포유류에 대한 부검을 진행,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서다.

이날 부검을 실시한 해양 포유류는 상괭이(2021년 12월 20일 발견), 인도태평양 상괭이(올해 3월 16일 발견·홍콩 등지 서식), 남방큰돌고래(올해 4월 29일 발견) 등 3마리다. 부검은 개복, 지방층 제거, 갈비뼈 제거, 심·폐 노출 및 관찰, 위·간·장 관찰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먼저 상괭이 부검에서는 태아가 발견됐다. 태아가 모습을 드러내자 학생들 입에서는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나왔으며, 곧바로 길이를 재보니 36.5㎝였다. 갓 태어난 상괭이의 길이가 약 7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이 상괭이는 임신 기간(1년)의 중반쯤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상괭이엔 손가락 크기 낚싯바늘 4개 발견

이를 토대로 전문가들은 임신한 상괭이가 안정적으로 먹이를 공급 받기 위해 제주 인근 해역을 찾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인은 질식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안강망 등 어선 그물에 걸려 폐사한 것으로 보인다.

상괭이 위에서 나온 낚시바늘 4개. 송은범기자

이어 인도태평양 상괭이의 위에서는 어른 손가락 만한 낚싯바늘 4개와 비닐 한 조각이 확인됐다. 여기에 다른 개체보다 체구가 작은 점까지 비춰보면 낚싯바늘 때문에 먹이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빨·조직 검사 통해 정확한 나이·사인 규명"

이번 부검교육을 총괄하고 있는 김병엽 제주대 교수는 "정확한 나이와 사인은 향후 이빨 분석과 조직 검사 등을 통해 규명될 예정이다. 어느 정도 사인이 추측되기는 하지만 피부병이나 암, 기생충 등 병리학적 사인이 확인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아울러 미세플라스틱이나 중금속 중독 여부도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부검교육에서는 제주 해안에서 죽은 채 발견된 남방큰돌고래와 참돌고래, 상괭이, 바다거북, 상어 등 총 22개체에 대한 부검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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