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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빠지다
[2022 제주愛빠지다] (5)세화마을협동조합 마을PD 양군모씨
"재미난 마을 콘텐츠 많이 만들게요"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입력 : 2022. 07.20. 00:00:00

양군모씨는 마을PD로서 마을의 재미난 콘텐츠를 많이 만드는 한편 세화마을 주민들이 그의 가족에게 보내준 따뜻한 마음을 잊지 않고 마을에 베풀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한라일보] 고된 군생활 시절 찾았던 제주는 양군모(34)씨에게 작은 위로의 공간이었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후 학군 50기로 임관한 그는 강원도 고성 최전방 부대와 성주 사드 기지에서 정훈장교로 근무했는데, 휴가가 주어질 때마다 늘 제주로 향했다.

그래서일까. 7년간의 군생활을 정리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 지도를 펼쳐놓고 '어디가서 살까' 고민하던 그는 자연스레 제주가 눈에 들어왔다. "제주 여행을 다녀온 게 서른 번 넘더라구요. 제주에서 살 자신이 있었어요. 돈은 많이 못 벌어도 되니깐 행복을 위해 아내에게 제주로 가자고 설득했죠."

■7년간의 군생활 정리하고 2018년 제주행

제주살이를 시작한 양 씨는 우연히 제주관광공사에서 '제주 마을여행 활동가, 삼춘 프로듀서(PD)'를 모집하는 공고를 보게 됐다. 제주시 구좌읍 주민들과 마을관광 활성화를 위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기획하는 일이였다. 평소 기획 관련 일을 하고 싶었던 그는 바로 도전했다.

하지만 면접 날, 경기도 용인이 고향인 그는 면접관들이 말하는 제주어를 알아들을 수가 없어 당황했다. "제주 관련 일을 해야 하는데 제주어를 못 알아들었으니 '망했구나' 싶어 마음을 비웠어요. 이대로 가기 아쉬워 제주웰컴센터의 '웰컴(Welcome)'으로 이행시를 짓고 나왔어요. '웰'은 '더할 나위 없는, 잘', '컴'은 '커뮤니케이션'으로 더할 나위 없는 커뮤니케이션으로 마을과 소통해 마을관광 상품을 잘 만들어보겠다고 했어요. 그 모습을 좋게 봐주셨는지 그렇게 세화마을과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구좌읍 3개 권역 중 공석이던 세화리 삼춘PD로 2018년 7월부터 활동하게 된 그는 세화마을에서 지내면서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 마을여행 콘텐츠를 만들고 '구좌주민여행사'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해왔다. 1년6개월간의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도 그는 세화마을과 인연을 계속 이어갔다. 2020년 1월부터는 주민들이 설립한 세화마을협동조합에서 마을PD로 활동하게 된 것이다.

■ 삼춘PD에 마을PD까지 세화마을과 인연

그는 조합에서 일하면서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지역의 유휴공간을 리모델링 해 공유오피스, 숙소, 카페 등으로 꾸민 '질그랭이 거점센터'를 관리·운영하고 있는 데다 관광객과 워케이션 참여자들이 마을을 둘러볼 수 있게 투어 프로그램도 계속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본업 뿐만 아니라 마을 반장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농장에 고장난 라디오를 고치러 가기도 하고, 당근 착즙 찌꺼기를 몰래 버린 사람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해녀삼춘들 손 덜게 성게 껍질도 갖다 버리기도 했어요. 주민들이 찾아주시는 게 재밌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 "저희 가족을 품어준 마을에 베풀며 살것"

그가 마을 일에 열심히 나서는 건 주민들이 보여준 따뜻한 마음 때문이다. 처음엔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주민들과 낯설은 제주어라는 언어장벽 때문에 '이 마을에서 계속 있어야 하나' 고민했던 그였다. 하지만 쌀쌀 맞던 주민들이 보여준 숨겨진 인심에 그런 생각은 사라지게 됐다.

"작년에 둘째가 태어났을 때 아내가 산후조리도 못하고 아이 둘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때 주민들이 아내 먹으라고 소고기, 전복, 성게 등 미역국을 끓여다가 놓고 가셨는데 그 수만도 11개나 됐어요. 3살 된 첫째도 데리고 가서 재워주신 분들도 있었어요. 눈물이 날 만큼 감동이었고 그 감사함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저희 가족을 품어준 마을에 베풀며 더 열심히 살아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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