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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觀] 구교환 프리덤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입력 : 2022. 08.12. 00:00:00

영화 '메기'의 배우 구교환.

독립영화 '꿈의 제인'과 '메기'를 통해 대중적 인기를 모은 배우 겸 감독 구교환의 지난 몇 년간의 행보는 눈부시다. 팬데믹 시기에 선보인 두 편의 블럭버스터 '반도'와 '모가디슈'를 통해 도합 800만에 가까운 관객들을 만났고 OTT 시리즈 'D.P'와 '킹덤:아신전', '괴이'를 통해 누구보다 바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얼마 전에는 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도 모습을 나타냈다. 아마도 최근 들어 가장 빠르게 본인의 개성과 매력으로 평단과 팬덤을 사로잡은 이가 있다면 구교환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거침없는 드라이브다.

그런 구교환이 올여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이어 정동진독립영화제에 출몰했다. 위에 언급한 작품들이 아닌 자신이 연출하거나 출연한 단편들과 함께.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이 구길동은 관객들과 함께 신명 나게 영화제를 즐겼다. 독립과 상업의 경계를 무력화시키는 구교환이라는 서퍼가 그저 영화의 파도에 몸을 맡기고 특유의 리듬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기분 좋은 해방감이 느껴졌다.

구교환은 '메기'를 연출한 이옥섭 감독과 함께 유튜브 채널 '2X9HD'(이하 이엑구)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이 채널을 통해 배우이자 감독, 프로듀서로 역할을 바꿔가는 유연한 무브먼트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로 활약 중인 것과는 또 다른 세계를 개척 중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정동진독립영화제에 초청된 단편 영화들 모두 이엑구 채널을 통해 선보인 작품들로 '대리운전 브이로그'는 구교환이 연출과 주연을 맡았고 '러브 빌런'은 이옥섭 감독이 연출을 맡고 구교환이 주연 배우로 출연한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이옥섭과 구교환, 두 사람의 개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들이다.

옥수수 농장에서 출발한 이 기묘한 미드나잇 드라이브를 그린 '대리운전 브이로그'는 한 치 앞으로도 나가지 않으면서 만리를 가는 영화다. 이게 무슨 얘기인가 싶지만 정말 그런 얘기다. '대리운전 브이로그'는 영화를 찍기도 하고 찍히기도 하는 구교환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찍히는 연기자로서도 찍는 연출자로서도 유일무이한 개성을 가진 그는 도무지 줄여서 설명할 수 없는 단편영화를 만들어내고 설득시키는 독특한 창작자이기 때문이다. 독립영화를 통해 갈고닦은 감독 구교환의 창의성과 대중들을 현혹시키는 광범위한 배우 구교환의 매력의 교차로가 궁금한 관객들에게 '대리운전 브이로그'를 권한다. 물론 이 작품을 본다고 구교환을 다 알 수는 없다. 그는 그저 본다고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러브 빌런'은 구교환의 오랜 파트너 이옥섭 감독이 바라보는 배우 구교환의 장점이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귀여운 연인인 것 같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악당 같기도 하고 철부지 광대 같기도 하다가 어느 순간 절세미남으로 변하는,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외계인 같은 남자가 영화 속에 등장한다. 어떤 장르에서도, 어떤 배우 와도 유연한 호흡을 보여주던 그는 이 작품에서도 메구, 김다빈 배우와 흥미로운 앙상블을 선보이는데 길지 않은 러닝타임 속에 다채로운 변화를 보는 구교환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천상 배우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많은 이들이 구교환의 나이를 듣고 놀라곤 한다. 불혹을 넘겼다고는 믿기 어려운 그의 동안 비결이 따로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다만 호기심이 그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동안 불필요한 걱정과 의심의 모공이 좁아졌을 것 같다는 추측은 해본다. 이옥섭 감독과 함께 만든 그의 단편 '플라이 투 더 스카이'처럼 자유로운 비행 소년 구교환에게 놀랄 일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최근 OTT 채널을 통해 화제가 되었던 이효리 주연의 단편 영화 '사람 냄새 이효리'가 오는 8월 말,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스크린을 통해 상영되고 전도연, 설경구와 함께하는 변성현 감독의 신작 '길복순'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될 예정인 데다 배우 이제훈과 함께 출연하는 이종필 감독의 신작 '탈주' 또한 관객들을 찾아올 테니 우리는 그저 구교환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 일렁이고 출렁일 준비만 마치면 될 것 같다.

<진명현 독립영화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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