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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의 한라칼럼] 인사(人事)에서 ‘참신함’이란 엿볼 수 없으니
김병준 기자 bjkim@ihalla.com
입력 : 2022. 09.06. 00:00:00
늘 그렇듯이 지도자가 바뀌면 설렐 수밖에 없다. 뭔가 새롭고, 달라진 모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희망'을 걸 수 있어서다. 물론 지도자가 들어섰다고 당장 달라질 것은 없다.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내놓을게 뭐가 있겠는가. 그나마 지도자가 분명한 메시지를 낼 수 있는 것은 '인사'다. 어떤 정책을 수립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인사가 아닌가. 사람을 잘 쓰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 일이다.

안타깝게도 윤석열 정부는 인사문제로 따놓은 점수까지 다 까먹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만 해도 기대가 얼마나 컸는가.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면서, 전임 정권과 대비되면서 더 그랬을 것이다. 취임한지 넉달이 되고 있으나 새 정부에 대한 희망은 커녕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다. 인사에서 윤 대통령의 큰 자산인 공정과 상식을 엿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 편중 인사에서부터 사적 채용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로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바닥으로 끌어내린 가장 큰 이유다.

그렇다면 오영훈 제주도정은 어떤가. 역시 인사문제로 시끄럽다. 첫 단행한 개방형직위 인사부터 그랬다.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나돌기 시작한 인사들이 시중의 풍문대로 척척 들어맞았다.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 정무부지사 인사가 그것이다. 공모 형식을 거쳤지만 사전 내정설이 사실로 나타났다. 인사 발표로 조용할 날이 없다. 인사청문에서 행정시장들은 하나같이 농지법 위반 의혹이 불거졌다. 도민사회의 싸늘한 여론에도 이들이 임명되면서 반발이 커졌다. 농민단체가 고발하면서 두 시장은 결국 경찰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이제 오 도정이 출범한지 두달이 지났지만 뭘 했는지 모른다. 도민들에게 보여준게 뭐냐는 것이다. 제주도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목표나 비전을 제시했는가. 오 도정이 꿈꾸는 미래비전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저 인사문제만이 귀를 따갑게 했다. 보은인사 논란은 이들로 끝나지 않았다. 경제통상진흥원장·서울본부장·공보관·정무특보 등 죄다 선거캠프 출신이다. 더욱 가관은 경제통상진흥원장의 경우 27년 전 실무경험을 중시해 발탁했다. 고작 6개월의 짧은 경력까지 들먹이며 임명할 정도니 안쓰럽기 그지 없다.

새삼 오 지사의 취임사를 들춰보지 않을 수 없다. 의미있는 화두들이 있었다. 제왕적 권력을 도민들에게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또 일하는 도정을 위해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재를 배치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천명한 약속이 어떻게 되고 있는가. 전문가를 앉혀도 모자랄 판에 선거공신으로 자리를 채우기에 바쁘다. 인사를 보면 오 도정에 대한 희망은 밝을 수 없다. 오 도정의 4년이 짧느냐, 길어지느냐는 인사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사가 만사라 했잖은가. 바로 인사에서 젊은 도지사다운 '참신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어 실망스럽다. <김병준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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