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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철의 목요담론] 제주다운 건축을 다시 생각해 보며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입력 : 2022. 12.15. 00:00:00
[한라일보] 우리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공간을 구성한다. 그 공간은 도로, 공원 등과 같은 기반 시설과 건축물들이 채워져 도시가 됐다. 도시는 오랜 역사를 통해 인간 삶의 흔적을 남겨 놓는다. 이렇듯 건축은 우리의 생활이 담긴 그릇과 같은 것으로, 건축물로 구성된 도시는 우리 시대 문화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건축물은 사적 소유물이면서 공적 가치를 지녀 우리 사회 전반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건축은 종합예술이다. 건축의 구성 3요소로 기능(Function), 구조(Structure)와 함께 아름다움(Beauty)을 포함한다. 건축의 본질은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을 위한 기술적인 전개와 함께 예술적 감흥을 가진 창조성에 의미를 둔다. 여타 순수예술과 마찬가지로 건축가의 건축행위도 건축물이라는 예술품을 통해 보편적 시대정신을 표현하는 창조활동이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미술관에 미술품이 있듯이, 도시는 도처에 예술품으로서의 건축물이 들어서 있는 것이다. 예술은 풍토에 따라 특성을 달리한다. 건축도 지역과 민족마다 미적 차별성을 가지고 고유의 정체성을 확보한다. 제주의 건축도 지리적 여건, 자연환경, 생활문화 등에 영향받아 차별성을 드러낸다.

지난주 저지예술인 마을에 '이타미 준 뮤지엄'(유동룡미술관)이 개관됐다. 연 면적 약 675㎡ 규모로 3개의 전시실과 라이브러리 교육실, 아트 숍과 티 라운지 등을 갖췄다. 유동룡(庾東龍, 1937-2011)은 재일교포로 일본에서 나고 자랐으나 평생 한국 국적을 유지해 자신만의 한국성을 표현했던 건축가다.

그는 장소의 고유한 풍토, 지역성을 살려 인간의 삶에 어우러지는 건축을 추구했다. 특히 디아스포라(Diaspora) 건축가로서 자신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는 제주에서 건축혼을 불태우며 제주 풍경과 어울리는 '포도호텔', '수(水)·풍(風)·석(石) 미술관', '방주교회'등 대표작을 남겼다. 그의 예명 이타미 준은 일본에서 건축연구소를 설립할 당시 자신의 성(姓)인 '유(庾)'가 일본 활자에 없어 사업상 불편을 겪자, 생애 처음 이용한 공항 이름 '이타미'와 절친 음악가 길옥윤의 '윤(潤)'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그의 건축은 프랑스 예술 문화훈장인 슈발리에, 김수근 문화상, 일본 무라노 도고상을 수상했고, 서예, 조각, 회화 같은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도 그의 독창성을 읽어 볼 수 있다.

제주 건축의 정체성에 대한 담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근자에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자연이 훼손되고 무적의 건축물이 양산됨으로써 제주 건축이 제주 답지 못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천혜의 자연을 품은 특별한 섬 제주는 건축이 자연친화적이며 예술적 가치를 높이면서 지역적 정체성을 찾는 일이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번 유동룡미술관 개관이 제주 건축의 제주성, '제주다운 건축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양상철 융합서예술가·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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