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주목e뉴스
[심층] 발달재활 지원금 올라도 치료비 부담에 운다
[한라포커스] (상) 장애아 가정 부담 못 더는 '발달재활서비스'
정부 올해 바우처 지원액 25만원으로 인상에도
1회당 재활서비스 단가 인상에 개인 부담 가중
장애아동 부모 "서비스 가격 제한 등 정책 필요"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입력 : 2023. 02.01. 16:55:03

올해 13년만에 발달재활서비스 지원금이 인상됐지만 장애아동을 둔 가정의 치료비 부담은 오히려 더 커졌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라일보] "자꾸 오르는 치료비에 점점 치료 받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현○○)

"한 가정이 얼마를 감당해야 합니까. 아이 치료비가 매달 100만원에서 200만원이 되는 집들도 많습니다."(이○○)

"지원금이 오르면서 치료비가 함께 인상되는 건 누구를 위한 지원금입니까."(최○○)

"장애아 부모들을 위한 현실적인 치료비 책정과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박○○)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에는 이 같은 민원 10여 건이 연이어 접수됐다. 장애아동을 위한 '발달재활서비스' 단가가 크게 올라 치료비 부담이 커졌다는 목소리였다. 정부는 올해 13년 만에 발달재활서비스 지원금을 기존 22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올리며 재활치료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현장에선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어떤 속사정이 있는 걸까.

보건복지부의 카드 뉴스. 올해 발달재활서비스 지원금이 인상된 것을 홍보하고 있다.

발달재활서비스 지원금 오르긴 했는데…

발달재활서비스는 만 18세 미만 장애 아동의 행동발달을 위한 바우처 제공 서비스다. 대상 아동은 언어, 미술·음악, 행동·놀이·심리, 감각·운동 등 다양한 영역의 재활치료에서 지원금을 쓸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바우처 지원액을 월 25만원으로 인상했다. 장애아동 가정의 양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지원금이 인상된 것은 발달재활서비스가 시작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문제는 지원금 인상 시기에 맞춘 듯 발달재활서비스 단가가 오른 데 있다. 제주도내 발달재활서비스 제공 기관은 모두 44곳(제주시 33곳, 서귀포 11곳)인데, 올해 대부분이 언어, 미술, 놀이, 인지 등 재활서비스의 1회당 단가를 최대 6만2500원으로 동일하게 인상했다. 월 바우처 지원금 25만원으로 재활서비스 4회를 이용할 수 있는 단가로 맞춘 것이다. 정부는 서비스 단가 기준을 주 2회씩, 월 8회(1회당 3만1250원)로 삼고 있지만 현실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발달재활서비스 제공 기관이 서비스 횟수를 줄이면 단가는 절로 오르게 된다. 올해처럼 정부 지원금이 늘어도 그 돈으로 받을 수 있는 치료 횟수가 적어지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월 4회 기준 1회당 서비스 단가가 지난해 5만7500원(지원금 23만원)에서 올해 6만2500원(지원금 25만원)으로 오른 것이 이를 보여준다. 이에 장애아 부모들은 "안 오르니만 못 하다"는 쓴소리까지 낸다.

2015년만 해도 바우처 지원액으로 월 7~8회의 발달재활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최근 들어 단가가 인상되며 이용 가능 횟수가 4~5회 정도에 그친다.

월 8회 서비스가 4~5회로 ↓… 부담 더 커졌다

같은 지원금으로 받을 수 있는 재활서비스가 줄어드는 것은 장애아 가정의 체감 부담을 더 키우고 있다. 제주시 지역만 들여다봐도 문제는 확연하다. 제주시로부터 받은 '발달재활서비스 단가 변동 추이'(2015~2023) 자료에 따르면 2016년까지만 해도 제주시 지역 모든 서비스 제공 기관이 한 달 7~8회 기준의 발달재활서비스를 제공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를 유지하는 곳은 탐라장애인복지관 1곳이 유일하다. 한마디로 탐라장애인복지관에서만 바우처 지원액 25만원으로 월 8회의 재활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2021년부턴 월 6회의 재활서비스를 운영하는 기관도 크게 줄어 올해 4곳에 그친다. 나머지 대부분이 월 4~5회(1회당 단가 5만원~6만2500원) 기준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선 전처럼 재활치료를 이어가기도 쉽지 않다. 언어치료 하나만 주 2회씩, 매달 8번 받는다고 해도 1회당 서비스 단가가 6만2500원일 때 정부 지원금 외에 25만원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다. 바우처를 지원 받아도 소득에 따른 본인 부담금이 2만원~8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개인 부담금은 최대 33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언어 외에 또 다른 재활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그 비용 부담은 온전히 장애아 부모가 떠안아야 한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A(45) 씨는 "언어재활 하나만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언어는 물론 인지, 감각통합, 심리체육 등 아이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재활을 함께 받는다"며 "특히 영유아 시기에는 아이의 기능을 올리기 위해 조기 개입이 강조되다 보니 월 치료비로 300~500만원까지 쓰는 경우도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바우처 지원액이 올랐지만 서비스 단가가 인상되면서 치료비 부담은 더 커졌다"며 "장애아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서비스 가격 제한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주도내에 발달재활서비스 대상 장애아동 수는 작년 말 기준 2699명이다.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