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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수욕장 4년 만에 야간 개장 추진…구조기관 난색
道, "코로나19 위기 경보 하향·지역 경제 활성화 고려"
소방·해경 "밤에 시야 확보 어렵고 음주 익수사고 우려"
주민들 "3년 째 지역상권 타격…보완책 찾아 허용해야"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입력 : 2023. 05.16. 17:11:35
[한라일보] 제주도가 4년 만에 해수욕장 조기·야간 개장을 검토하고 있지만 해경 등 구조 기관들이 사실상 반대하고 있어 어떤 방향으로 결론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6일 제주특별자치도 등에 따르면 최근 제주도와 제주시, 서귀포시 등 행정기관을 포함해 해양경찰청과 소방안전본부, 경찰청, 자치경찰 등 구조·치안 기관이 참석한 회의에서 도내 해수욕장에 대한 조기·야간 개장 방안이 논의됐다.

제주도는 정부가 다음 달 1일부터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하는 등 방역 조치를 완화한 점과 코로나19로 그동안 침체된 지역 경제 상황을 고려해 해수욕장 조기·야간 개장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할 지자체는 해수욕장협의회의 의견을 미리 듣는 조건으로 개장 기간과 개장 시간을 결정할 수 있다. 제주도는 통상 7~8월 두 달 간 해수욕장 문을 열어 이 기간 안전요원을 배치해 사고에 대비해왔다.

제주도가 올해 고려하는 해수욕장 개장 시기는 작년보다 열흘 이른 6월20일쯤이며, 개장 시간은 3시간 늘어난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그러나 해수욕장 이용객 안전 관리와 구조 임무를 맡은 해경과 119는 안전상 이유로 조기·야간 개장에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야간에는 시야 확보가 어려워 익수 사고시 적절한 대처가 힘들다"며 "또 야간 개장이 이뤄지면 (해변에서 마을회 또는 청년회가 운영하는) 계절음식점 영업 시간도 야간까지 허용될 가능성이 있어 음주 사고의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해경은 야간 개장 뿐만 아니라 조기 개장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제주해경청 관계자는 "안전상 이유로 야간 개장 뿐만 아니라 조기 개장에도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반면 해수욕장 주변 주민들은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조기·야간 개장을 수년째 하지 못해 지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며 이번에 허용되길 바라고 있다.

도내 해수욕장 이용객은 2019년 189만명을 기록했지만 코로나19가 확산으로 조기·야간 개장이 불허되며 2020년 102만명, 2021년 94만명, 지난해 130만명에 그쳤다.

김수성 이호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이호테우해변이 3년 째 야간에 문을 닫으면서 여름 특수 효과가 반감돼 주변 상권이 큰 타격을 입었다"며 "안전이 제일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야간 개장 등을 막을 것이 아니라 충분한 예산 투입과 안전 요원 증원으로 보완책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오는 24일 해수욕장협의회를 소집해 개장 시기와 운영 시간을 결정한 뒤 이번 달 안에 그 내용을 고시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제주에는 제주시 8곳(금능, 협재, 곽지, 이호테우, 삼양, 함덕, 김녕, 월정), 서귀포시 4곳(화순금모래, 중문색달, 표선, 신양섭지) 등 모두 12곳의 지정 해수욕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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